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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와~ 장가계

장가계 관광을 와~와~ 관광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장가계에서 세 번 와~ 할 일이 있기 때문이란다. 처음에는 일단 공항과 도시를 보고 와~ 한다. 유명한 관광지인데 비해 공항은 너무나도 초라하고 공항 안은 우리나라의 시골 터미널을 연상하게 하며. 시내 역시 시골이다. 급격히 개발된 관광지라서 사람은 많은데 시설은 따라가지를 못한다. 가이드가 차에 타자마자 당부한다. 4성급 호텔이라고 해서 정말 4성급을 기대하지는 말라고…… 정말 기대 이하였지만(특히 조식) 그래도 물 잘 나왔고, 자는데 지장은 없었다. 두 번째 와~는 너무 힘들어서라는데 정말 힘들었다. 장가계라는 곳이 워낙 크고, 그 곳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관광이니 케이블카. 엘리베이터, 모노레일, 버스까지 동원했지만 그래도 걷는 시간이 많고, 내가 간 4월이 가장 성수기라서 무엇을 하던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생긴 진풍경이 ‘가마’다. 곳곳에 가마 꾼이 있어서 흥정을 하고 가마를 탈 수 있다. 코스마다 가격도 다르고 좀 무거운 사람이 타면 돈을 더 달라고 떼를 쓰며 가마를 흔들기도 한다. 덩치도 작고 마른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메고 가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 하지만 힘든데 장사 없다고 처음에는 모두 안타다가 나중에는 앞으로의 일정을 위해서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가마에 오른다. 그리고 가마를 좀 타줘야 그 사람들이 생계를 이어간다고 한다. 힘들지만 워낙 벌이가 괜찮아서 가마 꾼들은 가마 한 번만 운행하고 하루 종일 쉰다고 한다. 세 번째 와~는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지르는 탄성이다. 그 동안의 피로를 모두 잊게해줄만큼 아름답다더니 정말 와~ 소리가 절로 나는 풍경이었다. 날씨가 흐렸던 데다, 사진을 잘 못 찍어서 내가 느낀 감동을 얼마나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는 잠시 동안 조금이라도 장가계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장가계는 중국 호남성 서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관광 도시이다. 불과 20년 전에야 관광지로서 인준되었고 널리 알려진 것은 그 후이다. 그 곳에 살던 토착민들을 토가족이라고 부르는데 그들은 그 기가 막힌 경치 속에 살면서도 좋은 줄도 몰랐단다. 세상과 단절되어 있어 모든 세상이 그런 경치인 줄 알았다니 놀라울 일이다. 토가족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잠깐 그들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들은 워낙 오래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는 전통이 많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시집가면서 울기’이다. 우리나라 신부들이 시집가면서 예쁘게 우는 것 말고 소리를 내어 엉엉 울어야 하고, 울면서 자신이 가사를 부친 노래도 불러야 한다. 신부의 가치가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결혼하기 몇 일 전부터 울어야 하고 집안이 잘되면 신부가 잘 울어서이고 못되면 신부가 못 운 탓이다. 그래서 시집을 가야 하는데 잘 울지 못하면 그 마을에서 가장 잘 울었던 아줌마를 초빙해 교습도 받는다고 한다. 또 하나는 ‘발 밟으며 사랑고백하기’이다. 남자가 여자가 마음에 들면 가서 발등을 지긋이 밟고 여자도 역시 발 밟기로 화답을 한다. 여자가 발을 밟으면 결혼이 성사되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가 발을 밟아놓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 소를 한 마리 사주거나 신부 집에 가서 3년간 머슴살이를 해야 한다. 신부가 약속을 깼을 때의 벌이 없는 것을 보면 남자들만 주로 배신을 하나보다.
위의 사진은 토가족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민속촌(너무 소규모이지만)에서 찍은 사진이다. 역시 중국 사람들은 빨간색을 좋아한다. 이들의 교육 수준은 매우 낮지만 포토샵은 정말 잘한다. 경치 좋은 곳에 도착하기 전에 순식간에 걸어가는 손님의 사진을 찍어서(물론 허락 없이) 설명 듣고, 경치 보고, 사진 찍고 있으면 어느새 내 사진이 열쇠고리가 되어 돌아온다. 1000원에 파는데 너무 속도가 빨라 작업하는 곳에 가서 구경해보니 포토샵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어쩌다 손님이 가버렸으면 몇km를 마다하고 뛰어와서 팔고 만다.
처음으로 간 곳은 보봉호수이고 그 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할 수 있다. 댐을 쌓아 물을 막아놓은 인공호수로 바깥쪽으로 기이한 봉우리들이 호수를 둘러 싸고 있어서 하늘에서 보면 숲 속에 비취가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호수가 크고 물 색깔도 예쁘고 마치 산 속에 비밀스럽게 호수가 있는 것 같아 정말 세상과 고립되어 딴 세상에 와있는 것 같았다.
천자산 관광을 위해 케이블카에 올랐다.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서 보는 경치가 일품이라고 했는데 장가계 관광은 완전히 운이다. 비가 오거나 흐리면 아무 것도 못보고 갈 수도 있고 운이 좋아 날씨가 좋아야 관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침부터 잔뜩 흐리긴 했지만 그래도 가이드가 이 정도면 행운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세 번을 오고도 못보고 갔단다. 보봉호수에서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때도 안개가 있어 운치도 있고 마치 산신령 할아버지 몇 명쯤은 살 것 같은 분위기였다. 주변 경치도 감상하고 다른 케이블카도 감상하고 그런데 점점 안개가 짙어지는 것이 바로 앞도 보이지 않았다. 원가계 관광을 못할까 두렵다기보다 케이블카 선도 안보이니 너무 무서웠다. 이 때 술렁이는 사람들…… ‘바로 앞에 줄도 안 보이는데 줄 끊어지면 큰일 이겠는걸’, ‘무섭네. 우리가 중국을 믿어도 될까?’’’워낙 높고 안보여서 멈춘다 해도 구조하러 오는데 한참 걸리겠어’. 그 순간 케이블카 타기 전에 읽었던 표지판이 생각났다. 멈출 수도 있으나 신속하게 구조하러 간다는……안개지역부터는 어떻게 올라갔는지도 모르겠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고, 한참을 가서 죽기 전에 보지 못하면 후회한다는 원가계에 도착했다. 정말 사진을 많이 찍었건만 날씨가 흐린 탓에 잘나온 사진이 너무 없다. 그래도 이정도 보이는 게 행운이라고 가이드는 계속 강조했다. 사진에 희미하게 보이는 봉우리(실제로는 거대한 돌이다)들의 길이가 긴 것은 1000m 정도이다. 돌이 자란다는 말은 못 들어봤는데 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가 있는지 정말 와~ 소리밖에는 나오지가 않았다. 오른쪽 사진은 ‘천하제일교’다. 천하제일교는 인공적으로 만든 다리가 아니라 모양(H형)이 천연적으로 이루어진 다리모양의 바위들이다. 지상에서 400m 위에 있는 다리이니 정말 아찔한 다리이다. 모르고 건넜기에 망정이지 알고 건넜으면 다리가 떨려서 건너지 못했을 것 같다. 멀리서 볼 때 다리의 높이가 하늘에 닿아보인다하여 천하제일교라고 불린다.
원가계에서 본 인상적인 장면 중에 하나이다. 난간은 물론 정자 하나가 다 자물쇠로 가득 차있다. 오른쪽 사진의 정자에, 또 난간에 있는 것이 전부 자물쇠이다. 연인이 와서 자물쇠를 잠그고 그 열쇠를 밑에 낭떠러지로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래의 사진은 밑에서 바라본 원가계의 모습.
십리화랑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찍은 사진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5km정도 가는데 기이한 봉우리와 암석의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가면서 설명을 듣는데 생김새에 따라 이야기도 잘 지어낸다. 가족이 사진 찍는 것 같은 모양을 한 바위부터, 봉황의 모습을 한 바위까지 그만큼 바위와 암석의 모양이 여러 가지이다. 장가계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이 어떤 화가가 여행을 하다 그림을 그렸는데 사람들이 이 멋진 경치의 배경을 찾다 세상에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경치가 정말 한 폭의 그림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음악감상을 하겠다면서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틀어준다. 방송도 한국말, 노래도 가요다. 저런 멋진 경치에 ‘보고 싶다’를 듣고 내려오는 기분이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이런 내가 미워질 만큼, 믿고 싶다, 옳은 길이라고, 너를 위해 떠나야만 한다고, 미칠 듯 사랑했던 기억이, 추억들이 너를 찾고 있지만’... 경치와 정말 안 어울리는 노래다.
영국황실지질탐사대가 “세계 동굴 학의 모든 내용을 망라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동굴 중에서도 으뜸이다” 라고 했다던 황룡동굴. 석회암 용암동굴로서 4층으로 되어 있는 거대한 동굴이다. 사진을 많이 찍기는 했는데 너무 어두워서 잘 나온 사진이 별로 없다. 갖가지 모양, 크기의 석순, 석주, 종유석들이 있다. 이런 크기가 될 때까지는 몇 만 년이 걸린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오른쪽의 석순과 종유석은 사랑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연인 같다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석순이 죽은 석순이라 둘이 거의 맞닿아있지만 결국 만나서 석주가 될 수는 없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왠지 슬퍼져서 한참을 보고 사진까지 찍었다.
장가계 관광객의 90% 정도가 한국사람이다. 마치 한국에 와있는 것 같았다. 모노레일에서 한국어로 방송을 하고, 한국 가요를 틀어줬던 이유가 바로 한국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디 가나 한국 사람이고 장가계 사람들 영어는 몰라도 한국말은 알고, 한국 돈으로 안 되는 게 없다. 모든 표지판, 안내문도 한국말로 되어있다. 사진은 금편계곡 입구에 있는 가계들이다. 도저히 중국인지 한국인지 알 수가 없다. 원가계 그 높은 곳에서도 막걸리를 팔고 안주로 깍두기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단한 것인지, 중국 사람들이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스위스 융프라우에서도 컵라면을 파는 것을 보면 한국 사람들이 대단한 것 같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반복되는 일상 중에 쉼이었고, 또 그 일상을 다시 그리워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떠날 수 있는 용기도 얻었다. 비슷한 처지에 비슷하게 돈을 벌어도 어떤 사람은 여행을 즐기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한다. 떠나본 사람은 여행 전의 설렘,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움, 새로운 것을 접하는 재미를 잊지 못해 다시 떠날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여름 그 동안 힘들었던 자신에게 몸도 마음도 쉴 수 있는 후한 보너스를 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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