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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파의 그림에 담긴 색채의 과학(1)

아래에 보이는 세 점의 그림은 모네가 그린 루앙 대성당 Ruoen Catherdral 연작입니다. 루앙은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방에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영국과 프랑스간의 100년 전쟁 시 활약한 잔 다르크가 처형당한 장소이기도 하지요. 이 도시가 유명해진 것은 바로 모네가 그린 루앙 대성당 연작 시리즈 덕분입니다. 모네는 이 성당을 모델로 해서 모두 40여 점의 연작을 그렸습니다. 루앙 성당 연작 시리즈는 ‘수련’과 함께 모네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의 세 작품은 동일한 성당의 아침, 점심, 저녁을 그린 것입니다. 그림을 그린 시각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햇빛의 느낌이 그야말로 ‘인상’적이지요.
19세기 서양미술은 고전주의, 낭만주의, 자연주의, 사실주의 등 다양한 양식의 사조를 선보였지만 이중 가장 극적은 것은 인상파란 생각이 듭니다. 순간적으로 포착한 빛의 인상을 화폭에 옮겨놓은 인상파의 그림은 현재는 대중의 광범위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마네 모네 피사로 르누아르 등 인상파 화가들이 활동할 당시에 “임산부와 노약자는 볼 수 없음”처럼 비아냥거리는 비평이 횡행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참 격세지감입니다. 인상파 전까지 화가들은 실내의 정물이나 인물 등 정지된 모델이나 성서 속의 장면 등을 주로 그렸습니다. 그러나 찰나적인 빛과 감흥을 화폭에 빠른 속도로 옮겨놓은 인상파 화가들은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먼저 칠한 물감이 채 마르기도 전에 다른 색깔의 물감을 덧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원래의 의도와는 반대로 물감이 겹쳐지며 화면이 칙칙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명한 색채를 얻으려고 그토록 노력한 인상파들의 생각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입니다. 쇠라는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과학적 지식을 미술에 접목시킵니다. 즉, 즉흥적인 감각에 의존해서는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지요. 쇠라는 화학자 미셀 쉐브릴 Michel-Eugene Chevreal의 <색채의 대비와 조화의 법칙 The Principles of Harmony & Contrast of Colors, 1839>과 물리학자인 오그던 루드Ogden Nicholas Rood의 <현대 색채론 Color Theory, 1879> 등을 통해 얻은 과학적 지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방식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쉬브렐의 저서 <색채대비와 조화의 법칙>은 보색과 반사작용을 다룬 유명한 이론서입니다. 보색 관계에 있는 두 색이 나란히 있으면 서로의 색깔이 더욱 강조된 보색대비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인데, 이미 들라크루아와 터너 등도 사용한 기법이었습니다. 그림자 부분에 보색을 칠하면 그림은 더욱 강렬한 인상을 주게 됩니다. 대립적인 색이 충돌하여 서로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주기 때문입니다. 루드는 <현대 색채론, 1879>을 통해 빛과 색의 차이점을 설명합니다. 빛의 삼원색을 섞으면 흰색이 되지만, 물감의 경우는 검정색이 됩니다. 이런 과학적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인상파의 그림은 화가의 의도와는 달리 선명함을 잃게 된 것이지요.
색채에 관한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쇠라는 다양한 실험을 거친 후 걸작 <라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을 선보입니다. 이 작품은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여름날 휴일, 나들이옷을 차려입은 파리 시민들이 센 강 중류의 그랑자트 섬에서 여가를 즐기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무수히 많은 점들이 캔버스에 가득 찍혀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쇠라는 오랜 시간을 들여 그림 속의 색깔을 모두 분해한 후, 마치 수를 놓듯 수천 개의 색점을 찍어 화면을 모자이크처럼 구성했습니다.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해 쇠라는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리며 시험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쇠라는 앞서 언급한 루드의 색채론 신봉자였습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색을 대상의 색, 대상에 닿는 빛의 색, 근접한 대상들에 의해 반사되는 빛의 색으로 각각 분해한 후, 그 색들을 조그만 별개의 점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특이한 화면구성을 '분할묘사법'이라 불렀고, 쇠라의 방식은 훗날 '점묘법'으로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왜 쇠라는 하나하나 점을 찍어가며 그림을 그리는 수고로움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오늘날의 시각에서 본다면, 그 대답은 간단합니다. 색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팔레트에서 색을 혼합하지 않고 캔버스 위에 순수한 색을 점점이 찍으면 감상자의 눈은 착시 현상에 의해 병렬된 색점들을 섞어서 보게 됩니다. 예를 들면 보라색을 나타내려면 빨강색 옆에 파란색의 작은 점을 나란히 찍으면 됩니다. 쇠라는 무수한 색채 실험 끝에 탄생한 이 기념비적인 작품을 가리켜 광학적 회화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훗날 광학의 원리를 도입해 탄생할 브라운관의 존재를 예언이라도 한 것일까요? 여기서 잠깐 TV의 원리를 살펴봅시다. TV나 컴퓨터 모니터의 화면을 확대해 보면 작은 점 또는 작은 선들이 촘촘히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각각의 점은 전기신호를 받으면 청, 녹, 적색 중 한 가지 빛을 띱니다. 빛의 삼원색에 해당하지요. 각각의 색의 밝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색의 조합이 가능해집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총천연색의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빛의 특징 중 하나는 개개의 빛이 더해질수록 점점 밝아지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TV 등의 영상기기에서는 검은색을 내는 일이 흰색을 내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런데 미술에서 이야기하는 ‘색’은 과학적인 용어는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볼 때 색이란 전자기파 중에서 인간이 볼 수 있는 영역, 즉 가시광선의 파장을 자의대로 분류한 것에 불과합니다. 즉, 전자기파 중 특정부분을 우리 눈에서 감지하고 이를 우리 뇌에서 인지해서 분류한 것이 바로 색입니다. 동물 중에는 생존을 위해서 가시광선보다 적외선이나 자외선 등을 더 잘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종도 있습니다. 가시광선은 우리 눈에는 그냥 흰색으로 보이지만, 프리즘을 거치게 되면 파장에 따라 나뉘게 됩니다. 사람들은 편의상 이 파장을 일곱가지 색으로 분류했습니다. 우리는 무지개를 일곱가지 색깔로 알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무지개의 색깔은 다르게 분류된다고 합니다. 작게는 다섯 가지에서 많게는 20여 가지의 색으로 무지개를 구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튼 어떤 물체가 가시광선영역의 모든 빛을 반사하면 대뇌는 그 색을 흰색으로, 모든 빛을 흡수하면 검은색으로 인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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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천(rg1000) 2024-03-23

조르쥐 쇠라 작품인 점묘법이 설명 잘 보았습니다. 전자현미경을 설명할 때, 보통 이 그림을 가지고 제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생소한 전자현미경보다 광학현미경을 설명합니다. 광학현미경은 렌즈를 사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하는 데 , 확대할 수 있는 배율이 결정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가시광선의 회절현상때문에 분해능이 저하되기 때문이죠. 보통 분해능은 촛점거리가 길어질수록 나빠지고, 가까울수록 좋아집니다. 그래서, 점묘법을 볼때는 가까이 보면 점의 색이 보이니까 멀리 떨어져서 점에서 나온 광이 합쳐지도록 해서 보는 것입니다. 모니터도 점묘법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똑 같죠. 하지만 점묘법 그림보다 모니터의 픽셀은 아주 작아서 가까운데서 봐도 점이 아니라 점에서 합쳐진 광이 보이죠. 일반적으로 사람이 볼 수 있는 30cm 거리에서 분해능 100um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하죠. 그래서 픽셀은 그 보다 작은 60um 미만으로 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정선(jsyoon) 2024-03-25

점에서 나온 광이 합쳐지게 해서 보는 거군요. 과학이 예술에 영향을 주고, 예술이 과학을 설명하는 상황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