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에서(2)
2007-06-04
원종옥(whddh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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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네 여인의 강간>
베키오 궁 앞쪽에 세상에서 가장 많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알려진 우피치 미술관Uffizi Gallery 쪽으로 여러 개의 조각상들이 모여 있는 커다란 회랑이 있는데 바로 로지아 회랑(Loggia dei Lanzi)이다. 시오네Jacopo di Sione가 한 디자인을 따라 시오네Benci di Cione와 탈렌티Simone di Francesco Talenti에 의해 1376년에서 1382년 사이에 건축되었다. 이 회랑의 많은 미술품 중 오른쪽 끝에 지암볼로냐Giambologna의 <사비네 여인의 강간Rape of the Sabines>을 볼 수 있다. 하나의 대리석 덩어리에 몸부림치는 세 명의 인물들이 조각된 것으로 사방에서 볼 수 있도록 제작된 작품이다. 사용된 흰 대리석은 당시 피렌체 조각상 제작 역사상 가장 큰 대리석이었다고 한다.
1583년에 완성된 조각으로, 딸을 납치해가는 로마인을 외면하는 아버지의 고통스런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이 내용은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가 로마를 세운 후 자기 부족에게는 여자가 부족한 것을 깨닫고 주변 부족인 사빈느인을 축제에 초대한 후 사빈느 여성을 대거 납치하도록 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이 조각 역시 복제품이고 원본은 다비드 상과 같이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다.
한 여름의 긴 시간동안,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에서 흠뻑 빠져있던 대리석으로 된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상들은 모두 예술품급의 복제품이었다. 적어도 다비드상은 복제품인 줄 미리 알고 있었으나, 나의 즐거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거 같다. 예술품은 있어야 할 원래의 자리에서, 그리고 있어야 할 원래의 환경에서 그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예술품은 작품이 놓였던 당시 역사의 문맥에서,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그 아름다움이 빛난다. 미켈란젤로 다비드 상의 전시 위치를 두고 당시 피렌체 사람들이 모여서 고민을 했었던 것처럼, 예술품은 예술품 자체 뿐 아니라, 그 예술품이 놓여 진 환경에 있어야 그 상징적 의미를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걸 생각하고 돌아왔다.
<원각사지 십층석탑>
우리의 국보 2호가 생각난다. 원각사지십층석탑(圓覺寺址十層石塔).
있어야 할 자리에 아직도 당당히 서 있는 원각사지십층석탑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높이가 약 12 m이고, 3층의 기단부에 10층의 석탑으로 늘씬한 몸매, 층마다 세련된 모양의 탑신(塔身)과 옥개석(屋蓋石), 다양하고 화려한 조각 등 한국의 석탑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 석탑의 소속 사원이었던 원각사는 고려시대부터 흥복사(興福寺)라는 절의 이름으로 전승되어 오다, 세조 11년(1465)에 회암사(檜巖寺)에서 일어난 사리분신의 서상(瑞祥)을 기념한다는 명분으로 중건된 왕의 원찰로서의 성격을 가졌던 사찰이다. 따라서 석탑 역시 2년 후인 세조 13년(1467) 사월초파일에 완공되어 성대한 연등회를 베풀고 낙성하였다. 그러나 연산군 10년(1504)에는 이 절을 연방원(聯芳院)이라는 이름의 기방으로 만듦으로써 승려들이 머무를 수 없게 되었고, 중종 7년(1512)에는 원각사를 헐어서 그 재목을 나누어줌으로써 절이 없어지게 되었다. 사찰의 쇠퇴와 더불어 석탑의 관심도 사라지게 되었고, 기록상 일제시대에는 상층부 3개 층이 없는 채 오래 동안 있어 왔다고 한다. 이러던 것을 1946년 2월 17일 미군에 의해 석탑이 복구되었다고.
그리고 6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야외에 있는 원각사지십층석탑은 늘어나는 서울의 환경오염과, 비둘기들의 사랑(?!)에 의해 그러지 않아도 약하고 부드러운 대리석 재질의 풍화를 조금이라도 막아 보고자 둔중한 유리 옷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비록 절은 사라졌지만 있었던 자리에 우리의 원각사지십층석탑이 있다. 그리고... 2007년 오늘은 유리 상자 속에 갇혀 있다.
“복원사는
죽어가는 걸 되살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유일한 직업이거든요“
왜 복원사가 되었냐는 할아버지의 물음에 준세이의 대답이었다.
문화재의 참맛을 느끼고 싶은 열정과, 문화재를 불순한(?!) 환경에서 보다 건강히 오래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 냉정 사이에서... 난 어디에 서있는가...
참고: 네이버, 위키피디아, 서울문화재, http://www.wga.hu, 오마이뉴스, 동아일보 기사
피렌체! 예쁜 도시군요."복원사"라는 직업도 첨 알았구요.잘 읽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