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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가는 길

출장을 참 많이도 다녔건만 이번 출장만큼 설레고 또 긴장한 적은 없었다. 게다가 이미 한번의 일정 취소로 말미암아 또 연기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 개성공단” 정확한 행정구역으로는 “황해북도 개성시 개성공단지구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황해북도 개성 혹은 개성특급시의 개성공업특별지구라고도 불린다)”이기도 한 이곳은 다들 아는 것처럼 옛 고려의 400년 수도로서 위엄을 자랑하던 곳이다. 서울에서 불과 60 Km 떨어지고, 판문점에서는 8 Km 그리고 비무장지대(DMZ)에서는 버스로 10분이 체 안 걸리는 곳에 위치한 곳이지만 그 동안 분단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으로 인해 분단 이후 한번도 가볼 수 없었던 곳이다.
과천 청사에서 출발한지 1시간 반 남짓 지나 경의선 도로 남북출입사무소(인천공항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에 도착했다. 솔직히 파주를 지나 임진각이라는 자동차 이정표를 보고 그 뒤로 어디로 가는지 관심을 기울였지만 초행길이라 북쪽으로 향한다는 것을 알 수가 없었다. 차에서 내려 출경절차를 밟기 전에 잠시 개성이라는 도로 표지판을 보고 반가워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여기에서 잠깐! 보통 인천공항을 나갈 때는 출국, 들어올 때는 입국이라는 말을 쓰지만, 개성을 갈 때는 (금강산을 갈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출경이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즉 나라간의 출입이 아니라 경계를 잠시 벗어난다는 말의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반대로 들어올 때는 입경이다.
출경 수속 전 차내에서 통일부에서 발행한 방문증(여권과 같은)을 받으면서 몇 가지 아니 정말 많은 주의사항과 관련된 방문교육을 잠시 들었다. 방문증은 원래 나중에 회수함을 목적으로 하는데, 기념품(?)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한다고 하여 그대로 들고 올 수 있었다. 아래는 개성공단 및 북한출입 시 주의사항이다. 1. 절대 북측 사람들이나 북한 상징물 등을 손가락질 하지 않는다. (북한이라는 말을 가급적 삼가고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 2. 북측근로자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하지 말 것 3. 북측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북측근로자 혹은 군인을 대상으로 사진 촬영금지 - 경고조치 혹은 강제 추방 가능.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다. 4. 소지품 중에 신문이나 잡지 등은 절대 가지고 가지 말것 - 신문 한 면당 25불 정도의 (참고로 개성에서는 달러만 사용 가능하답니다.) 벌금 부과 5. 김일성 김정일 부자 관련 말은 언급하지 말것 6. 북측주민 대응 요령 : 북한과 관련된 정치적 발언은 삼갈 것, 생활 비판은 하지 말 것, 남북비교 발언 금지, 아가씨, 아줌마 등은 비속어임으로 사용하지 말 것 등등.. 자, 이제 출경하여 버스에 올라타 MDL(군사분계선: Military Demarcation Line]) 통과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MDL 통과시간은 남북이 서로 합의한 시간에만 왕래가 가능하여 경계선까지는 남측 군인들이, 통과한 직후부터는 북측 군인들이 차량을 인솔한다. 솔직히 버스에 올라타서도 아직 긴장은 되지 않았다. 평상시의 여행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안내하시는 분께 들은 말인데 북측을 출입하는 모든 남측 차량은 남측에서 발급한 번호판을 가리거나 다른 상호를 붙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의 오른편에 주황색 깃발이 달려있다. 주황색 깃발은 일종의 무장해제를 뜻하는 깃발로서 군인차량이 아닌 민간차량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번호판이 가려진 의미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고 한다. 첫 번째는 북한에서 남측의 차량이 돌아다니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남측에서도 차량이 북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공식적으로는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아무튼 시간이 다 되어 우리를 태운 버스가 출발하였다. 버스가 MDL 우리측 경계선을 넘어가자 드디어 북측 군인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다시 한번 북측군인들에게 손가락질 하거나 사진을 찍지 말라는 당부가 들린다. 북측은 적갈색 인민국 정복에 차양이 넓은 모자를 썼다. 갈 때는 사진을 못 찍었지만 돌아올 때 잽싸게 한 장을 찍을 수 있었다. (걸렸으면 찍었던 사진 몽땅 삭제 당하고 조금 심하면 그날 넘어오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한다)
자 이렇게 해서 우리 일행은 DMZ(비무장지대)와 휴전선의 경계를 넘어 북한 아니 북측의 땅으로 넘어갔다. 개성이야기는 다음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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