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바로 호주의 그랜드 캐년이라 할 수 있는 블루마운틴이다. 블루마운틴은 시드니에서 약 1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넓이 약 250만 제곱킬로미터의 거대한 산악지대다. 유칼리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알콜성 물질로 인해 산이 파랗게 보인다고 하는데, 실재로도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았다. 블루마운틴으로 가기위해 우리는 시드니 센트럴 역에서 카툼바(katomba)역까지의 왕복 티켓을 사서 기차를 탔다. 호주의 기차는 내부 구조가 특이하였는데, 3층 구조로 만들어져 있었다. 즉, 기차를 타면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거나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구조의 기차를 운행하면 교통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 2시간을 달려 카툼바에 도착해 시내를 가로 질러 30분 정도 걸어가니 블루마운틴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에코포인트(Eco Point)“가 나왔다. 에코포인트에서 바라본 블루마운틴은 정말 웅대하고 광활하였다. 왼쪽으로는 유명한 “세자매봉“이라는 큰 바위 3개가 나란히 있었는데, 전설에 따르면 마왕과 결혼하게 된 세 자매를 구하기 위해 마법사가 이들을 잠시 돌로 만들었다가 마왕이 마법사를 죽이는 바람에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대로 돌로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Prince Henry Cliff Walk“라는 길을 따라 트래킹을 시작했다. 약 1시간 정도 절벽을 따라 난 길을 걸으면서 블루마운틴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었다. 패키지여행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힘들지만 몸소 걸으면서 자연을 느끼고, 변화무쌍한 풍경을 감상하는 맛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시닉월드(Scenic world)에 도착한 우리는 시닉레일(Scenic rail)이라는 기차를 타고 계곡 아래로 내려갔는데, 52도에 이르는 급경사 500미터를 내려가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족만의 이벤트는 바로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보기였다. 조개껍질 모양의 오페라하우스는 시드니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현대 건축물로서 그 안에서 공연까지 본다면 더욱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여행 전에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Christmas at the house“라는 공연을 예약해 두었다. 공연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7시 30분에 시작되었는데, 머나먼 지구 반대쪽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기까지 했다. 공연은 우리도 잘 아는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롤과 성가들을 중심으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그리고 성악가들의 노래와 이야기로 구성되었는데, 중간에 약 20분 정도의 휴식시간을 포함해 2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공연을 다 보고 밖으로 나오니 멋진 시드니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휴일에도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의아했지만 관광객들에게 멋진 야경을 보여주기 위해 시청에서 전기료를 부담해준다고 하였다.
하버브리지는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시드니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다리인데, 다리의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신년을 맞는다는 시드니에서는 12월 31일 밤 11시부터 하버브리지의 통행을 막고 화려한 불꽃놀이를 하면서 새해를 맞는다고 한다.
시드니 시내
시드니는 시내에 가볼만한 곳이 많은 도시다. 오래된 유럽풍의 건물들과 초현대식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우리는 먼저 시드니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인 UTS(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를 방문해보고 싶었는데, 시내 곳곳의 빌딩에 산재해 있고 별도의 출입 인증을 거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건물만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숙소 주변에 달링하버가 있었는데, 많은 노천카페와 멋진 야경을 자랑하는 빌딩숲이 볼만한 곳이었다. 시원스러운 분수대와 휘황찬란한 크리스마스트리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전철과 페리를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는 “Daytripper“라는 티켓을 구매하고 먼저 센트럴 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큘라키 역까지 가서 페리를 타고 “맨리(manly)“로 갔다. 맨리까지는 약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페리가 항구를 벗어나면서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를 다양한 각도에서 더욱 가까이 볼 수 있었다. 맨리는 깔끔한 작은 도시인데, 특히 맨리비치는 본다이 비치와 함께 서핑을 즐기는 많은 젊은이들이 찾는 곳이다.
맨리에서 돌아온 우리는 록스(Rocks)를 지나 1850년에 만들어졌다는 시드니 천문대(Sydney Observatory)를 향했다. 천문대는 하버브리지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모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남반구의 별자리들을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천문대라고 한다. 입장은 무료였고 한글로 된 안내책자도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양구일부 모형이 전시되어 있어 무척 반가웠다.
시드니에서 타볼 수 있는 교통편 중에 ‘모노레일’이 있다. 달링하버와 시내 중심을 순환하는 짧은 거리의 지상 모노레일인데, 신기한 마음에 우리도 한번 타보았다. 금방 한바퀴를 돌아 돈이 아까워 한바퀴를 더 타고 내렸다. 걸음을 재촉해 찾은 곳은 달링하버에 위치한 국립해양박물관(National Meritime Museum)이었다. 이곳은 바다와 관련된 많은 전시물들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인데, 이번에 알프스에서 발견되었던 미라인 “아이스 맨“ 특별전도 볼 수 있었다.
달링하버 벤치에 앉아 빵으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파워하우스박물관으로 이동했다. 파워하우스박물관의 이름은 원래 트램과 다리에 전력을 공급하던 발전소를 개조해 박물관으로 만든 데서 유래하였다. 이곳은 일종의 과학관이었는데, 실물의 헬리콥터 등을 비롯한 과학과 디자인에 대한 전시물들이 볼만하였다. 특히 과학 실험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시드니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남반구에서 가장 높다는 ‘시드니 타워’였다. 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에서 내려 325미터 높이의 시드니 타워를 찾아 발길을 옮겼다. 시드니 타워는 시드니에서 가장 복잡한 시내 중심의 빌딩 위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우리는 먼저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가 시드니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전망대는 우리나라 남산타워 전망대와 거의 비슷했는데, 우리가 가보지 못했던 하이드 파크와 로얄보타닉가든을 비롯해 시드니 시내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었다. 타워에서 내려오니 ‘Oz-trek’이라는 코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놀이공원에서처럼 3차원 영상 등을 이용해 재미있게 호주의 역사, 문화 및 자연을 설명해 주었다.
호주하면 ‘백호주의’의 나라라고 배웠던 기억이 나는데 적어도 케언즈와 시드니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동양인들을 볼 수 있었다. 케언즈에는 특히 일본인들이 많았고, 시드니에서는 어디에서나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중국인들은 호주 개척 시대부터 노동자로 이주해 현재는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었고, 일본인들도 오래전부터 그들의 막대한 자본을 호주에 투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교적 근래에 이민을 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많은 학생들이 어학연수 등의 목적으로 호주를 찾고 있다. 이제 호주는 더 이상 백호주의를 고집하지 않고 스스로 다인종 국가임을 인정하고 있는 듯했다. 호주에는 애보리진(aborigine)이라는 원주민들이 있다. 부메랑을 던지고 ‘디제리두’ 라는 고유의 악기를 불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살고 있었는데, 영국인들의 학살 등으로 현재는 30만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호주 정부는 최근에야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고 다양한 애보리진 지원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거리에서 만난 애보리진들은 아직도 백인들에 비해 아주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여행을 하고나면 항상 느끼는 것인데, 사람은 여행을 통해 다른 어떤 것으로도 얻을 수 없는 많은 것을 배운다. 또한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갖게 된다. 항상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의 생활과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호주 사람들을 비교해 보면서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가족만의 소중한 추억을 또 하나 만들었다는 점이 기뻤다. 이번 여행에서 가보지 못했던 호주의 많은 명소들 중 특히 서부 해안의 퍼스(Perth)와 대륙 중심에 우뚝 솟은 거대한 산인 울룰루(Uluru)는 다음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다음 여행을 준비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잘 보구 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