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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자연이 하나 된 무공해 지역, 케언즈와 시드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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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남반구의 거대한 대륙, 호주. 우리 가족의 여행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호주로 정해져 있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우리 가족 모두 꼭 한번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이었고 특히 아들놈이 호주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대신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우린 만만치 않은 여행 경비도 줄일 겸해서 일본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선택했고, 자유로운 여행을 위해 숙소만 예약하고 나머지 일정은 우리가 알아서 짰다. 호주란 대륙은 다른 대륙과 단절된 독특한 환경과 생태로도 유명한데, 특히 케언즈에는 영국 BBC 선정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50곳’ 중 2번째인 대보초(GBR; Great Barrier Reef)가 있다. 또한 호주 제1의 도시이며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인 시드니에는 그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 그래서 우리의 여행 일정은 케언즈-시드니로 이어지는 7박8일 코스로 정해졌다.
호주에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17곳의 세계유산(world heritage)이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3곳의 세계자연유산과 1곳의 세계문화유산을 방문할 수 있었다. 케언즈의 대보초와 퀸스랜드 열대습윤지역(Wet Tropics of Queensland), 시드니 인근의 블루마운틴 산악지대(Greater Blue Mountains Area)는 세계자연유산이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2007년도에 새로 지정된 세계문화유산이다. 호주는 미국의 독립으로 새로운 땅을 찾던 영국인들에 의해 개척된 곳이어서 많은 면에서 영국적이었다.


열대습윤지역과 쿠란다 마을

동경을 경유해 케언즈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5시. 거의 15시간이나 걸렸는데, 다행히 시차가 1시간밖에 되지 않아 우린 바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쿠란다(Kuranda) 마을이었는데, 케언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케언즈 북서쪽으로 약 34km 지점에 위치한 쿠란다는 세계자연유산중 하나인 열대습윤지역에 속해 있다. 쿠란다까지 가기위해 세계에서 가장 긴(7km) 케이블카인 ‘스카이레일’을 이용하고, 다시 케언즈로 돌아올 때는 시닉레일(Scenic rail)이라는 기차를 탔다. 스카이레일을 타고 열대림 위를 지나 첫 번째 도착한 곳은 레드픽(red peak)역이었는데, 열대우림의 식생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트래킹을 할 수 있었다. 다시 스카이레일을 타고 베론폭포(barron falls)로 이동해 깨끗하게 잘 만들어진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폭포를 감상하고, 드디어 종착역인 쿠란다에 도착했다.

쿠란다 마을은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마을이었는데, 나비보호구역(butterfly sancturary), 버드월드(bird world), 호주의 원주민인 애보리진(aborigine)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차푸카이 민속촌, 수륙양용차를 이용한 아미덕 투어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있었지만, 우리는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들을 보기 위해 ‘코알라 가든’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코알라를 비롯해 캥거루, 월라비, 웜뱃 등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동물들을 가까이서 보고 만져볼 수도 있었다. 우린 코알라에 관심이 많았는데, 코알라는 호주에서만 자라는 유칼리나무의 잎만 먹기 때문에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포유류로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나무에 매달려 잠을 잔다고 한다. 마을 중심의 상가들에는 악어 가죽으로 만든 공예품이나 모자 등 호주의 특산물을 팔고 있었다. 우린 3시간 정도를 쿠란다 마을에서 보내고 시닉레일을 타기 위해 쿠란다 역으로 향했다. 역 구내는 마치 작은 식물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열대 식물들로 잘 꾸며져 있었으며, 오랜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기차역으로 기억되었다. 시닉레일은 원래 광산철도로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관광열차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 베론강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면서 케언즈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에스플라나드(Esplanade)

케언즈에는 해안을 따라 ‘에스플라나드’라는 약 2.5km에 이르는 산책로가 있다. 나무를 깔아 깔끔하게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조깅과 산책을 즐긴다. 우리도 케언즈에 머무른 4일 동안 틈만 나면 에스플라나드를 따라 산책을 했는데, 시간에 따라 다양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케언즈 앞 바다는 원래 해수욕에 적합하지 않아 2003년에 ‘라군(lagoon)’이라는 인공 수영장을 만들었는데, 누구나 무료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었다. 이곳의 물은 바닷물을 정화해서 사용하는데 매우 깨끗했고, 탈의실과 샤워시설, 화장실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에스플라나드에는 많은 레스토랑이나 카페, 주점들이 있어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았으며, 야외 바베큐 시설이 곳곳에 갖추어져 있어 저녁이 되면 재료를 준비해온 사람들이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 있었다. 이곳은 바닷가인데도 비린내도 나지 않고 모기도 볼 수 없었다. 어떻게 이처럼 깨끗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지 참 궁금했다. 케언즈에는 유난히 새가 많았는데, 아침에는 재잘대는 새소리에 잠을 깰 정도였다. 케언즈 앞 바다에는 항상 한 무리의 팰리칸들이 있었고, 어디에서나 새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여행은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가 아니어서 식사도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아침은 호텔에서 제공된 식사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지만 점심과 저녁이 문제였다. 하루 종일 신나게 돌아다니다 돌아오면 배가 고프게 마련이다. 어느 도시건 대형할인점이 있는데, 이곳에도 “Coles“와 “Woolworth“라는 할인점이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물과 음식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었다. 한국산 컵라면도 사서 야식으로 먹었는데 그 맛이 꿀맛이었다. 케언즈 시내에는 가볼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유명한 사진작가인 “피터 릭(Peter Lik)“의 갤러리는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그는 케언즈 출신으로 주로 호주와 미국의 자연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사진을 찍고 있다고 한다.


케언즈-대보초

우리가 케언즈를 여행지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대보초가 있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분리되어 해안을 따라 길게 발달한 고리모양의 산호초를 ‘보초’라고 하는데, 케언즈의 대보초는 2000km에 달하는 넓은 지역으로 수많은 섬들이 산재해 있다. 맑고 깨끗한 옥빛의 바다 밑에 드넓은 산호초가 펼쳐져 있어 화려한 색의 열대어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들의 보고이기도 하다. 우린 일찍 아침을 먹고 7시 30분까지 선착장으로 갔다. 먼저 간단한 승선 서류를 작성하고 스노클링 장비를 받았다. 대보초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스노클링 방법과 주의사항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약 2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헤이스팅스라는 곳이었는데, 배에 탄 사람들 모두 장비를 챙겨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처럼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은 긴 막대 형태의 스티로폼을 가슴에 끼고 스노클링을 했다. 바다 속에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산호초도 상상이상으로 아름다웠고, 그 사이를 헤엄치는 원색의 열대어도 너무 평화롭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멋졌다.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배로 돌아왔는데, 바닥이 유리로 된 “glass-bottom boat“가 준비되어 있었다. 투명한 배의 바닥을 통해 바다 밑 산호초와 열대어를 볼 수 있었다. 점심식사로 빵과 야채, 그리고 와인이 제공되었는데, 바다 위에서의 식사도 나름대로 낭만적이었다. 두 번째 산호초 지역으로 이동해 다시 스노클링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만나기 힘들다는 바다거북도 볼 수 있었다. 3시 30분경 케언즈로 돌아가기 위해 출발했는데, 배 후미에 준비된 그물망에 많은 사람들이 붙어있었다. 바로 “Boomnetting“이라는 이벤트였는데, 수영에 자신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 그물망에 매달려 끌려가다가 점점 속도가 붙으면서 하나 둘씩 그물망에서 떨어져 나갔다. 마지막까지 남은 몇 명은 즐거워 환호성을 질렀고 탈락한 사람들은 뒤에 따라오던 보트에서 구조해주었다.


핏츠로이 섬

케언즈에서의 마지막 여행지는 “핏츠로이 섬(Fitzroy Island)“으로 정했다. 핏츠로이 섬은 케언즈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져있는 섬인데, 섬의 정상을 중심으로 왼쪽에 등대가 있고, 오른쪽으로 해수욕장이 위치하고 있었다. 우리는 먼저 섬을 한번 둘러보기로 하고 등대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등대로 가는 길은 너무 조용하였는데, 마치 무인도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열대의 강한 햇살이 우리를 괴롭혔지만 등대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섬 정상을 향해 등산을 시작했다. 정상을 향해 힘든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마침 정상에서 내려오던 중년의 호주 남성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어린이가 정상까지 등산하기에는 위험하다고 조언해주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정상 정복을 포기하고 해변으로 발길을 돌렸다.

정상을 포기하고 다시 항구로 돌아와 찾아간 곳은 조용한 ‘산호해변’이었다. 우리는 나무그늘 밑에 파라솔과 의자를 끌어다 놓고 자리를 잡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준비해간 빵과 과일로 일단 요기를 한 후 옥빛의 바다 속으로 풍덩! 해변은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안전하게 스노클링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적막감마저 감도는 해변에서 정말 오랜만에 모든 걱정과 생각을 접고 휴식다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 섬에는 ‘누드해변’으로 명명된 곳이 있었는데, 호기심 많은 우리는 그곳을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핏츠로이 섬에서는 소위 부시워킹(bush walking)도 유명한데, 열대우림을 따라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걷는 트래킹이다. 누드해변까지도 이런 부시워킹 코스가 있었는데, 약 3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누드해안에는 알몸의 아저씨 두 명만 수영을 하고 있었다. 누드해안에 온 기념으로 우리 중에서는 준석이만 알몸으로 수영을 했다.



다음호에는 시드니 이야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