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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역사와 함께 하는 매력적인 도시.

한동안 유행이었었고 얼마전에 15권으로 완간이 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이탈리아를 여행했던 이후에 부쩍 높아진 로마에 대한 관심으로 두어달에 걸쳐서 읽으면서 역시나 로마인, 로마제국, 로마라는 도시의 역사란 흥미진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마 시민권’으로 상징되는 열린 정책으로 한때는 서부유럽 대부분과 동부유럽 일부, 아프리카 지역까지 지배했던 로마. 지금은 이탈리아라는 나라의 수도인 하나의 도시이지만, 로마는 그 역사만큼이나 볼것들로 가득차 있다. 종종 그냥 무심코 걸어서 지나친 곳들도 나중에 책을 들여다보면 유적이라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로마에도 지하철이 있는데 그 노선이 매우 간단한데도 건설하는데 엄청 오랜 시간이 걸렸단다. 그 이유는…? 땅을 파기만 하면 유적이 나와서 공사가 중단되고, 유적 발굴하고, 다시 재개하고.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었기 때문이라고.. 지금 로마는 고대의 로마때와 비교하면 지상 2층 정도의 높이라는데.. 그동안의 유적이 풍파에 의해 많이 무너지고 깔린, 그 위에 현재의 로마가 건설되어 있단다. 과거를, 역사를 두 발 아래에 놓고 서있다는 느낌. 참 색달랐다. 이탈리아는 한국과 같은 반도지형으로 모양도 한반도를 약간 반시계방향으로 40도 정도 돌려놓은 듯한 형태로 생겼다. 그 수도인 로마도 서울과 비슷한 위치. 상하로는 중간 지점에, 서쪽의 해안에 치우친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로마는 로마여행의 처음은 스페인 광장으로 시작했다.
로마, 하면 생각나는 명소 중의 하나이지만, 가보고는 실망하는 이들도 있다는 글을 읽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 내 눈에 들어온 광장은.. 어찌나 작던지. 그래도 여러 사진들에서 본 것 처럼 그 광장 계단에 앉아서 약간의 여유를 즐겨주고 역시 로마. 하면 생각나는 아이콘 중의 하나인 트레비 분수로 발길을 옮겼다. 스페인광장과는 다르게 트레비 분수는 아주 훌륭했다. 사람들도 많았고, 동전을 어깨 뒤로 던지며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꼭.. 다시 올 수 있게 해주세요. 하고.
로마에는 유달리 분수가 많다. 분수 뿐만 아니라 보통 길거리를 가다가도 건물 사이의 공간에 물이 줄줄 흘러나오는 곳들이 있다.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때부터 관개사업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로마의 수도교는 매우 유명하다- 시내 곳곳에서 이렇게 풍족한 물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역시 도시는 ‘물’ 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유명한 도시는 대부분 강을 끼고 있는 것처럼. 로마시내는 걸어서 다닐만한 거리다 – 아니, 걸어서 다녀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조금 먼.. 곳도 있기는 하지만, 여행객 입장에서는 노선에 익숙치 않기 때문에 버스가 별로 편하지도 않고 곳곳에 숨어 있는 뒷골목의 풍경을 보는것도 즐거우므로. 로마는 예전부터 수도로 인구가 많은 곳이어서 건물도 대부분은 3~4층 정도이고 골목길은 아주 좁다. 발품을 좀 팔면서 거리구경하며 여행하기에 제격이다. 길거리에서 파는 젤라또(아이스크림)도 먹으면서..
트레비 분수를 뒤로 하고 근처에 위치한 판테온으로 발길을 옮겼다. 판테온은 여러 신을 모시는 만신전. 현재 로마는 교황청도 있고 ‘크리스찬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기독교가 국교화가 되기 전까지 로마(제국)는 다신교의 나라였다. 너무나도 다양한 신들이 존재했었는데, 부부싸움을 다루는 신도 있었다 한다. 하지만 신전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고 그냥 작은 건물로 싸움을 한 부부가 가서 신에게 번갈아가면서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성토(?)하는데, 배우자가 신에게 하소연하는 것을 다른 배우자가 들으면서 서로 싸움을 해소하고.. 했다는 식이다. 어찌 보면 현명한 제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판테온은 중고등학교 미술시간에 소묘를 위한 석고상으로 자주 등장하던 아그리파가 건설했었는데, 이후에 무너져서 이후의 하드리아누스가 새로 건립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판테온에는 아그리파 이름이 앞쪽에 새겨져 있다. 판테온 안은.. 정말이지 놀랍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그 돔도.. 무척이나 컸고, 기둥도 없이 저런 돔을 쌓는 고대 로마인의 건축술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게다가 가운데의 구멍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너무도 멋졌다는. 판테온 앞에는 오벨리스크가 하나 있었는데, 오벨리스크를 중심으로 하는 광장 주위에 있는 건물들도 오래된, 참 기분좋은 느낌이었다. 6월의 로마는 햇살이 가득해서 그 파란 하늘과 다양한 색의 건물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로마 안에 있는 바티칸 시티. 그 자체로 하나의 나라이긴 하지만, 로마와 나누어 생각할 수는 없는 곳. 떼레베 강을 건너 서쪽에 위치한 바티칸은 그 면적이 0.44 ㎢, 인구는 1,000명이 안되는 세계에서 인구나 면적 면에서 가장 작은 나라라 한다. 박물관이 유명하다 해서 긴 줄을 서서 들어갔는데, 평소에 미술책에서 보던 조각상들이나 그림을 볼 수 있다는게 신선한 느낌이었다. 라오콘 상이나, 아테네 학당, 그리고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의 천지창조를 볼 때의 그 즐거움이란. 여행이라는 것은 늘 어떤 식으로든지 배움을 주게 마련이지만, 이때의 이러한 경험들은 내가 책 속에서만 존재하는것처럼 느꼈던 것들이, 세계 곳곳에 이렇게 실제로 존재한다는걸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그림이 있는 시스티나 예배당에는 사람들이 그득했다. 그림이 변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조명이 매우 어두웠고 앉을 자리가 많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그냥 서서, 혹은 앉아서 고개가 아플때까지 그 천장을 쳐다보곤 했다. 나역시 그런 사람들 중의 한명이 되어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한참을.
바티칸 방문에서 잊을 수 없던 추억 하나는, 이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를 멀리서나마 실제로 볼 수 있었다는 사실. 수요일이었나? 사람이 많이도 있었고 저 앞에 하얀 옷을 입고 있는 교황님이 앉아 계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각국에서 바티칸에 방문한 사람들이 일종의 알현(?)을 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교황님이 각 나라를 호명할때마다 군데군데에서 환호성이 들리는게 재밌었다. 마치 전국 노래자랑에서 “**2리 주민들~“ 하고 송해 아저씨가 외치면 들려오던 환호성 같은?
행사가 끝난 후에, 성베드로 성당에 들어가 피에타상도 보고, 성당 꼭대기의 큐폴라까지 걸어올라가서 바라본 바티칸 시티의 전경이란, 너무도 아름다웠다. 높은 곳에서 끊임없이 양 볼에 느껴지던 바람과 함께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을것 같다. 바티칸은 자국 군대가 있는게 아니고 궁의 보초병 등으로 스위스 용병을 쓴단다. 그 용병의 옷차림이 상당히 화려한데, 오렌지색, 파란색, 붉은색의 줄무늬로 마치 서커스하는 이들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이 복장이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한 복장이라는. 고대 로마를 볼 수 있는 곳으로 포로 로마노 지역이 있다. 콜로세움 바로 옆에 있는데 고대 로마의 발생지인 팔라티노 언덕과 함께 여러 건물들을 볼 수 있다. 많은 회랑과 바실리카, 전차 경기장 등을 보면서 책에서 읽던 그 장면들을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좀더 구체화 시켜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도 기분이 좋았었다.
로마는 밀라노에서의 학회 이후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여행했던 마지막 도시였는데, 집에 돌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쉽게 느껴지는 너무도 멋진 곳이었다. 어릴때에는 역사가를 꿈꾸기도 했었고 역사책들을 지금도 즐겨 읽지만, 여행을 하면서 여태껏 너무 역사를 역사 자체로 바라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살아왔던 이야기이고 그 공간이 다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 더불어, 많은 곳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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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훈(htlaz) 2024-04-28

멋집니다 로마! 또 가고픈 로마이네요! 구경 잘하고갑니다!

와우~~~꼭~~한번 가보구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