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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는 머리에 꽃을 꽂는 것을 잊지 마세요.(1)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전근을 온지도 벌써 5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잭슨빌에 살 때는 휴가를 내서 온 가족이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와서 이곳 저곳을 즐겁게 둘러보았는데, 막상 이 지역에 살다 보니 그런 여유가 좀처럼 나질 않는군요. 요 며칠간은 작정을 하고 시내 몇 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태평양과 샌프란시스코 만 (San Francisco Bay) 사이32 마일 길이의 반도 꼭대기에 위치해 있습니다. 약 3만 에이커의 좁은 지역에 인구 70만의 도시로 자리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40개가 넘는 가파른 고개로 형성되어 있답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만 주변 일대의 6백만 인구를 감안하면 미국에서 4번째로 큰 도시권을 이루고 있지요.
우리 가족이 이 지역을 여행하고 난 뒤, 벼르고 벼르다 샌프란시스코에 자리를 잡게 만들었듯이, 자신의 고향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Gene Fowler의 말이 실감이 갑니다. 또 Scott McKenzie는 샌프란시스코에 가거든 머리에 꽃을 꽂는 것을 잊지 말라는 노래를 부르지요. 아마도 다양하고 색채감 있는 도시 풍경이 매년 천오백만 명이 넘는 여행객의 마음을 샌프란시스코에 놓아두고 가게 만드는 모양입니다.
매서운 추위와 무더위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태평양의 시원한 기류와 여름평균 20도, 겨울평균 15도정도의 날씨는 일년 내내 쾌적하고 상쾌함을 선사합니다. 십 수년 전 여름철에 근처에 출장 왔다가 20도 봄가을 추위에 감기가 걸렸던 기억이 있답니다. 그리고 시내 구석 구석에 산재한 역사적 명소들과 문화적 볼거리들은 샌프란시스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지요. 내 사무실이 있는 마켓가 (Market Street)와 5가가 있는 곳엔 웨스트필드 센터 (Westfield San Francisco Center)를 비롯한 유명한 백화점들도 즐비합니다. 보통 점심때면 마켓가를 중심으로 3가와 미션가 (Mission Street)가 있는 모스꼬니 컨밴션 센터 (Moscone Convention Center), 또는 메이슨가 (Mason Street)를 따라 가파른 고개 길을 올라 차이나 타운 (China Town)을 돌아 유니언광장 (Union Square)을 가로질러 케이블카 (Cable Car)가 오가는 파월가 (Powell Street)로 산책을 하곤 합니다. 자 함께 산책을 시작해 볼까요? 마켓가 (Market Street) 와 유바 부에나 가든 (Yerba Buena Garden) 샌프란시스코의 북동쪽 끝, 엠바카데로 (Embarcadero)의 페리빌딩에서 시작한 마켓가는 남서쪽으로 도시중심을 가로지릅니다. 그리고는 씨빅센터 (Civic Center)를 지나 샌프란시스코의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투인픽스 (Twin Peaks)에 이어지지요. 마켓가는 시내 교통의 중심 도로로 꽃마차, 케이블카, 전차 (Streetcar), 전기버스, 디젤버스 등이 거미줄처럼 마켓가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지하에는 뮤니 (Muni) 전철과 바트 (Bart) 지하철이 층층이 교차합니다.
동료 몇 명과 사무실 빌딩을 나서면 언제나 길 건너에 체스장기를 두는 무리를 보게 됩니다. 가끔 꾀가 나면 바로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나 전차를 타고 3가쯤에서 내려 산책길을 줄이기도 하지요. 얼마 전 새 단장을 마친 웨스트필드 센터를 지나고 4가를 지나면 포시즌스 호텔 (Four Seasons Hotel) 건물 사이로 미션가를 건너면 유바 부에나 가든 (Yerba Buena Garden)의 파란 잔디밭이 펼쳐집니다.
줄지어 잔디밭에 낮잠을 청하는 노숙자들을 지나면 마틴 루터 킹 기념 (Martin Luther King, Jr. Memorial) 인공 폭포 (Fountain & Waterfall) 에 다다르게 됩니다. 인공폭포 위에는 도심의 빌딩숲을 바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이런 저런 조형물들이 보기 좋게 늘어져 있답니다. 지난달 나를 취재하러 왔던 광주 SBS 취재팀도 이곳에서의 인터뷰를 빼놓지 않았는데 오늘도 이름 모를 방송 팀의 취재가 이루어지고 있더군요.
인공폭포 안쪽으로 들어서면 “나에겐 꿈이 있고 그 꿈은 끝나지 않았다”는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의 연설 녹음이 높이6미터 폭 16미터 크기를 덮어 흐르는 백이십만 개론의 인공폭포 소리와 절묘하게 뒤섞여 들려옵니다. 마치 폭포소리가 킹 목사님의 연설에 환호하는 군중들의 소리처럼 느껴집니다. 폭포 정면의 왼쪽 동편입구에는 킹 목사님이 195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행했던 연설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폭포 속으로 들어가면 1983년 샌프란시스코의 기념행진 사진과 1963년 3월 워싱턴에서 “나에겐 꿈이 있다”는 연설을 하는 킹 목사님의 사진 사이로 13개 국가의 언어로 변역 된 킹 목사님의 연설문 조각이 한글 번역본과 함께 찾는 이를 반깁니다.
“우리는 빨리 물질 중심주의 사회로부터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변화 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기계와 컴퓨터, 이윤추구 및 재산권 등을 인간보다 더 중요시할 때, 인종차별주의, 물질주의 및 군국주의의 세 개의 기둥을 허물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한글번역본> 서편입구로 빠져나오며 보이는 문구는 킹 목사님이1963년 워싱톤디시에서 행한 연설 문중 유명한 부분이 가려는 사람의 발걸음을 막아섭니다. “No, No, we are not satisfied, and we will not be satisfied until ‘justice rolls down like water and righteousness like a mighty stream.’(안 됩니다. 안 됩니다. 우리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정당성이 힘찬 흐름이 될 때까지 우리는 만족할 수 없습니다.)” 혁명가로 변모해 가던 킹 목사님의 죽음을 아쉬워하며 하워드가 (Haward Street) 로 향한 계단을 내려가면 길 건너에 모스꼬니 컨밴션 센터가 보입니다. 일년 내내 행사가 끝이지 않는 이곳은 오늘도 소소한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1978년 11월, 자유분방한 시 행정에 불만을 품은 시의원 댄 화이트 (Dan White) 에 의해 시장 실에서 총으로 저격 당해 숨진 조지 모스꼬니 (George Moscone) 시장을 기념하여 2000년에 건설한 이 컨밴션 센터는 학문하는 사람들이 최소한 한번쯤은 각종 학회 참석차 들러야 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마켓가를 오가는 전차 (streetcar)는 모두 17개 차량으로 14개는 필라델피아 교통회사에서 3개는 샌프란시스코 뮤니 (Muni) 교통국에서 제작한 것입니다. 미국 12개 도시에서 운행되던 것을 그대로 샌프란시스코의 일반교통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언덕 고개 길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와는 구분이 됩니다.
KOSEN Webzine 74호에 두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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