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는 머리에 꽃을 꽂는 것을 잊지 마세요.(2)
2008-06-04
이상원 : sams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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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언 광장 (Union Square) 과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 (San Francisco Cable Car)
마켓가를 가로 질러 차이나 타운 쪽을 향하다 보면 남북으로 기어리가 (Geary Street)와 포스트가 (Post Street) 그리고 동서로 스탁톤가 (Stockton Street) 와 파월가 (Powell Street) 사이에 유니언 광장 (Union Square) 이 눈에 들어옵니다. 유니언 광장은 쇼핑의 중심지로 명품을 파는 백화점과 상점들로 둘러 쌓여 있으며 지하는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명소이지요.
미국 서부의 골드 러쉬 (Gold Rush) 의 붐이 일기 직전인 1847년에 자스퍼 오패럴 (Jasper O’Farrell) 이 샌프란시스코 도시를 설계하면서 공공모임의 장소로 유니언 광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903년에는 광장 중앙에 위치한 기념탑을 만들었답니다. 1906년에 발생한 대지진 이후에 유니언 광장은 고급상권의 중심부가 되었습니다. 1930년에는 세계 최초로 광장아래에 지하주차장이 설치되었다는 군요.
광장에서는 일년 내내 크고 작은 전시회며 연주회가 열립니다. 지난 한국의 날 행사 때는 한국음악이 울려 퍼졌다고 하는 군요. 광장 남쪽 기어리가 건너편의 메이시스 (Macy’s) 백화점 7층 꼭대기에는 치즈케익 팩토리 (The Cheesecake Factory)가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무척 좋아하는 음식점입니다. 직장에서 어울릴 일이 있으면 이곳에서 줄을 서 기다려가며 식사를 합니다. 식사를 하며 바라보는 유니언 광장과 광장 그 너머의 전경은 사진으로 담아내기가 쉽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요즘은 광장의 네 모퉁이 입구에 제법 큰 하트모양의 조형물을 색감 있게 설치 하였더군요.
유니언 광장 서편을 지나는 파월가 (Powell Street)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크고 작은 음식점 상가들이 늘어져 있습니다. 마켓가에 다다르면 케이블카의 종점이 있고 케이블카를 타려고 줄지어 있는 관광객들을 지나게 되는데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려옵니다. 흥미로운 모습은 케이블카를 모는 사람들이 종점에서 낑낑거리며 케이블카를 손으로 돌려 종점을 돌아 나간다는 거지요. 땅 밑으로 케이블을 당겨 가파른 샌프란시스코의 고개 길을 케이블카가 오르내리도록 하는데, 대중교통수단 이라기 보다는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관광 명물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겁니다.
1873년 앤드류 홀리다이 (Andrew S. Hallidie) 라는 사람에 의해 증기엔진으로 지하 케이블을 당겨서 움직이는 케이블카를 크레이가 (Clay Street)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906년 대지진 때부터 케이블카는 전차와 버스에게 대중교통수단의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했다는 군요. 1947년 라팜 (Lapham) 시장은 케이블카를 없애려고 시도하고 프리델 크르즈만 (Friedel Klussmann)등 시민들이 케이블카를 구하자는 모임을 만들고 메이저 10 이라는 시민발의 법안을 투표에 부쳐 승리하게 됩니다. 시민들이 지켜낸 유산인 셈이지요.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는 내무성 산하 미국공원관리국 (U.S. National Park Service)에서 관리 감독하는 유일한 움직이는 국가기념물인 국보급 유물 중에 하나가 되어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3개의 노선이 운행되고 있는데 어부의 선창 (Fisherman's Wharf) 근처가 종점인 파월-메이슨 (Powell-Mason)노선과 차이나타운을 거쳐 밴네스가 (Van Ness Street)까지 올라가는 캘리포니아가(California Street) 노선 그리고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파월-하이드 (Powell-Hyde) 노선이 있습니다. 파월-하이드 노선은 7개의 큰 고개 중 두 개인 놉 고개(Nob Hill)와 러시안 고개(Russian Hill)를 몇 차례 유(U)턴을 하면서 오르다가 멋있는 샌프란시스코 만을 바라볼 수 있는 어콰틱 공원(Aquatic Park)으로 내려갑니다.
대장장이가 자신의 부엌에 식칼이 없다고 했던가요? 사실 나도 전차는 많이 타고 있지만 아직 케이블카는 타보질 못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 타운 (China Town)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China Town)은 아시아를 제외하고는 중국인들이 제일 많이 몰려있는 곳입니다.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그랜드가(Grand Avenue)와 부쉬가(Bush Street)가 만나는 곳에 세워진 차이나타운 정문(Chinatown Gate)을 통해서 들어가 볼만합니다. 여행객들을 위한 대부분의 상점들과 식당들이 그랜드가 선상에 줄지어 관광객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차이나타운의 참모습을 보려면 스탁튼가 (Stockton Street)를 비롯하여 다른 골목들을 돌아 볼만 합니다. 골목 구석구석에는 싼 가격의 각종 야채와 과일들이 인도에 넘쳐흐르게 쌓여있습니다. 어물전 물탱크 들에는 각종 물고기들이 살아서 헤엄쳐 다니고요. 간혹 눈이 마주치는 중국인들에게 “니하오”로 인사를 하면 마치 중국사람인 듯 이곳 저곳을 돌아볼 수 있지요.
그랜드가(Grand Avenue)와 워싱톤가(Washington Street)가 만나는 곳에서 북쪽 왼편에 있는 삼우(Sam Wo)라는 음식점은 아주 저렴하면서도 맛이 있습니다. 어두침침한 미로를 따라 이층 삼층 식당으로 오르는 묘한 긴장감이 독특합니다. 골목 골목마다 미국에서 가장 싼듯한 가격의 허름한 식당들이 의외로 많이 위치해 있습니다. 크랙된 DVD와 CD들을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완전히 중국입니다. 많은 가계들이 영어로 흥정을 하면 “No English!”입니다.
여행객들이 물건은 안 사고 사진만 찍어 댔는지 가계마다 사진 촬영금지 표어가 불어 있습니다. 아예 포춘 쿠키를 만드는 가계나 허름한 이발소는 50센트씩 사진 촬영 값을 내라고 큼직하게 써 붙여 놓기까지 했습니다. 종이 쪼가리가 어떻게 쿠키 속에 들어가는지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더러 희한한 복장을 한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그 본색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하게 만듭니다. 중국 옷을 입은 아이가 지나갑니다. 사진기를 들이대니 예쁘게 포즈를 취하는 군요.
샌프란시스코의 거리의 예술가들과 노숙자들
마켓가와 파월가 주변에서부터 뮤니와 바트 지하도, 그리고 차이나 타운 곳곳에 어설픈 악사에서부터 연륜이 지긋한 악사에 이르기 까지 진지한 것인지 배고픔에 지친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소음 속의 연주를 선보입니다. 그 사이사이로 판토마임이며 나름 데로 예술표현을 하는 지친 표정들이 있습니다. 유니언 광장에는 길거리 전시회로 간혹 그럴듯한 그림들이 제법 오가는 발길을 잡기도 하는 군요.
진짜로 얼어 죽을 일 없고 더워 죽을 일 없으니 노숙자들에게 샌프란시스코는 천국입니다. 무숙자들, 매달 사회 보장 연금을 타러 사회보장국 앞에 아침부터 줄을 지어 장사진을 이루는 불편함을 제외하고는 이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들이 아닐까요. 아니면 사회보장연금의 구렁에 빠져 다시는 경쟁사회로 돌아 올 수 없는 영원한 패자들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노숙자들이 풍기는 지린내와 불쾌한 냄새만 뺀다면 이들은 경쟁 속에 지쳐 사는 우리에게 부러움을 줄만 합니다. 가끔 일에 지쳐 억지 산책을 하게 되면 나도 저 노숙자들 사이에 끼어 포근한 낮잠을 즐기고픈 마음이 들 때가 있지요. 샌프란시스코 누구나 일주일정도 시간을 내서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어하는 도시입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갈 때는 어김없이 자신들의 마음은 놔두고 가게 되는 곳이지요. 오후가 되면 길거리 꽃가게마다 세일을 합니다.
아침에 5불 하던 노란 장미 한 송이가 1불을 하니 잊지 말고 머리에 꽂아보세요.
마치 여행을 다녀온듯한 착각이... 샌프란시스코 가면 노란장미 한송이를 꼭 사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