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손안의 캔버스
2008-08-19
오세만 : ohminy
- 4222
- 2
- 2
어린시절, 누구나 일기를 써 본 기억이 있을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그 일기를 우연히 읽어 본 적도 있을 것이고......
나도 가끔 어렸을 적에 쓴 일기들을 읽어보면 감회가 새롭다. 일기를 읽는 동안 잔잔히 펼쳐지는 아득한 느낌 속에서 즐겁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내 소중한 추억들이 하나씩 회상되어 떠오를 때, 마치 난 시간이 되돌아가기라도 한 듯이 '그래, 그땐 이랬었지!!'하며 신이나서는 당장 그때의 친구들을 찾아가기라도 할 기세로 흥분을 감추질 못하곤 한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고 새로이 해야만 할 일들이 많아지면서 일기라는 기억매개체와 거리를 두고 지내게 되었다. 이제껏 나의 조각들을 모아주던 기억매개체를 잃어버린 나는, 가끔씩 꼭 기억하고 싶은 행복한 순간들이 그냥 지나가버리는 것이 아쉬울 때가 많았고, 그 순간순간들이 행복하고 소중할 수록, 난 카메라와 더욱 친해지게 되었다.
처음으로 DSLR을 가지기 전에도 여러 카메라들을 통해 추억을 기록해왔다. 1회용 카메라부터, 아버지 서랍장에 들어있던 이름 모를 반자동 필름카메라, 핸드폰 카메라까지...... 추억을 나에게 닿게 해주는것은 무엇이든, 종류는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내 카메라들도 점점 발전해왔다. 장비가 좋아짐으로 인해 더 깨끗하고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음. 그 순간에 대한 나의 마음이다.
최초에 사용했던 디지털 카메라는 0.8 MEGA pixel 이라고 큼직하게 써있던 삼성 디지털카메라였다. LCD창도 달려 있지 않았던 디지털카메라...... 하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의 눈으로 내 추억을 들여다 보아주었던 내 첫번째(그래서 더욱 소중한...) 카메라다. 군대를 다녀온 후, 어디다 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아마도 창고 어딘가에 묻혀서도 내가 언제든지 추억을 거닐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이후에도 DSLR이 아닌 여러 카메라들을 전전하면서 지내왔지만 불편함을 커녕, 그들의 각기 다른 시선들로 내 일상을 새로이 표현해 내는 것을 즐기느라 시간 가는줄도 몰랐다.
하지만 즐거운 마음 한구석엔 항상 DSLR이 아른거렸다. 함부로 범접할 수 없을것 같은 외형적인 압도감과, 일반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그 환상적인 결과물들도 내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때마침 약간의 돈이 생겼고, 적당한 가격의 DSLR을 장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DSLR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단순히 사진을 기억의 조각으로 머물러 있게 하는것이 아니라, 마치 그림을 그리고 다듬듯이!! 기억속에 나의 뜨거운 열정과 시건이 함께 머물러 있게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어릴적부터 그림을 좋아하지만 실력도, 시간도 없는 내게 딱 맞는 도구가 생긴것이다.
카메라를 통해서 본 세상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같은 사물이나 공간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다가왔고, 그 재미에 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항상 마주하던 익숙한 것들도 다시 돌아보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이 즐거워 졌다...
요즘 거리에 나가면 심심찮게 눈에 띄는 DSLR. 예전엔 전문가들이 아니고서는 덥석 장만하기가 쉽지 않??으로 조금만 투자를 한다면 아주 훌륭한 취미 생활의 도구가 된다. 조금만 더 알아보면 중고 시장에서 40만원 정도면 거뜬히 구입이 가능하다. 요즘 대부분의 가정에서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흔히들 똑딱이라고 부르는 디지털카메라의 가격이 30~40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약간 더 투자해서 환상적인 사진의 세계로 빠져 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면 평범하던 일상을 매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카메라를 조금 알게 되면, '바디'보다 '렌즈'를 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멋진 사진을 보게 되면, 나도 조금 더 감성적이고, 조금 더 로맨틱한 추억을 찍고 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장비에 대한 욕심이 생기게 된다. 특히 렌즈에 따라 사진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시선과 풍부한 감정에 대한 욕심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비싸고 좋은 장비가 없어도 사진을 즐기는 것은 가능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진은 사진을 찍는 그 순간에 대한 나의 마음으로도 충분히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아 낼 수 있고, 추억을 가장 진솔하면서도 아름답게 포장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내게는 a350+번들렌즈만으로도 과분하다.
미국생활 겁안나세요? 구경 잘하고갑니다 오실때까지 건강 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