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이달의 주자: 이동규) 미나토 가나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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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소개하려는 책은 일본의 소설가 미나토 가나에의 2008년작 “고백” 입니다. 이 책은 2010년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에 의해서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고백”은 놀랍게도 미나토 가나에의 처녀작이지만 결코 처녀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치밀한 복선과 반전 그리고 등장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뛰어난 작품입니다. 제목 “고백”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등장 인물 개개인이 고백하는 구조로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서로 다른 화자가 이끌어가는 옴니버스 스타일의 1인칭 독백은 독자로 하여금 등장 인물들의 세세한 감정선 하나 하나까지 놓치지 않게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추리 장르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에 대한 묵직한 질문들도 던지고 있기 때문에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작품입니다.
이 책은 어린 딸을 잃은 한 여교사의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딸을 살해한 범인들이 자신의 반 학생들 중에 있음을 알게 되지만 법은 어린 가해자들에 어떠한 책임도 물을 수 없기에 스스로 치밀한 계획을 세워 복수를 한다는 것이죠. 모두 여섯 개의 고백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처음 피해자의 시점에서부터 가해자 옹호 시점, 그리고 가해자의 시점까지 모든 등장 인물들의 각기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하지만 등장 인물들의 관점에 따라 동일한 사건을 서술하고 있더라도 독자들에게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에 충격적인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또한 지루하게 동일한 전개 방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일기, 편지, 그리고 유서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한 1인칭 독백의 전개는 이 작품만의 매력인 동시에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줍니다.
이 작품은 훌륭한 추리 소설이지만 몇가지 깊게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여러분은 이 여교사의 행동을 어떻게 판단하시겠습니까? 법이 외면한 억울한 죽음에 대해 직접 복수를 실행한 여교사에 대해서 비난을 하실 것인가요, 아니면 지지를 하실 것인가요? 이 질문은 독자들에게 일차적으로 청소년 범죄와 소년법의 존립 정당성에 대하여 묻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2017년 발생한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으로 인하여 다시금 소년법 개정 및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워 졌는데요. 2014년 개봉했던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는 청소년 범죄에 있어서 가해자가 없는 피해자의 유족들의 억울함을 통하여 법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였습니다. 하지만 “고백”의 작가는 기본적으로 청소년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아동 청소년기의 범죄 행위는 본인에게서만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메세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작가는 소년법이나 개인의 복수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과연 참된 인간다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고백”은 약간은 무거운 소재를 다루었지만 글의 구성력이나 독특한 이야기의 전개 방식으로 인하여 긴장감이 뒤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추리 소설입니다. 올 여름 이 책과 함께 추리 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다음 릴레이 북 주자는 MIT 재료공학과에서 올 6월에 박사 학위를 마친 이동욱 박사님입니다. 제가 아끼는 연구실 후배로서 저의 박사 과정 동안 많은 도움을 주었고 공학 분야뿐 아니라 인문, 사회, 그리고 문화에 이르기까지 정말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친구입니다. 과연 어떤 분야의 책을 소개해 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편인데, 소개해주신 글을 보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