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고기 (이달의 주자:노세환) 이찬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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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세환입니다. 김범준 군의 소개로 이달의 주자를 맡게 되었습니다. 현재 포항공과대학교 창의IT융합공학과 극한환경로봇연구실 (HERO Lab)에서 수중 로봇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취미로는 교내 스트릿댄스 동아리 CTRL-D에서 독특하고 재미있는 공연을 하려고 노력 중에 있습니다. 어떤 때에는 본업보다 취미에 더 열중하기도 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 오늘 소개 드릴 책도 제 본업보다는 취미에 더 가까운 책이지 않나 싶습니다.
케이팝 음악을 자주 듣지 않는 사람이라도 아마 “악뮤(AKMU)”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듣는 아티스트이자 몇 개의 노래에 안무를 짜서 공연을 한 적도 있을 만큼 굉장히 좋아하는 가수인데요. 이번에 악뮤가 ‘항해’라는 앨범을 내면서 수록곡과 같은 제목을 가진 [물 만난 물고기]라는 책을 출판하였기에 바로 구매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악뮤의 이번 앨범의 수록곡과 동명소설인 이 책은 실제로 이번 앨범의 가사가 꽤 많이 담겨 있습니다. 마치 노래 가사마다 어떤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사실 노래를 들을 때 있어 어떤 단어가 쓰인 것에 대해 특별히 의문을 갖지 않기 마련인데 소설과 비교하다 보니 “아, 이래서 악뮤가 이 노래에 이런 가사를 쓴 것이구나!”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굉장히 참신했던 것 같습니다. 악뮤 앨범 전곡을 반복 재생하면서 이 책을 읽으니 바쁜 삶에 간만에 잔잔한 여운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앨범 작업을 진행하던 주인공 “선”은 자신은 예술가가 아니라는 생각에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삶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자신을 예술가라 부르는, 혹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예술가라 불리우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선은 그들에게서 자신이 기대했던 모습들을 찾을 수 없었죠. 어느덧 여행의 마지막을 달리고 있던 와중 선은 깊은 밤 파도가 부서지는 갑판에서 우연히 검은 머리의 여자 “해야”를 만나게 되고 이는 곧 선이에게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남은 여정을 그녀와 함께하면서 선은 그가 항상 고뇌하고 갈망하던 의문에 대한 답들을 해소할 수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에 대한 깊은 의문과 언제 떠나갈지 모른다는 불안이 점점 마음속에서 자라나고 있었죠.
해야는 정말 특별한 아이입니다. 그리고 이 특별함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죠. 오랜 기간 그녀를 알았던 정원사라는 인물은 말합니다. 해야는 한 권의 책이라고. 그녀의 시작과 결말은 정해져 있지만 순간순간 그녀가 만들어나가는 게 곧 그녀의 이야기인 한편, 자신이 결정적인 순간에 어떠한 역할을 할지는 이미 결정이 끝났다고. 해야도 선에게 말합니다. 자신은 동경해왔던 바다를 만나는 것이라고. 여기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이 말과 함께 해야는 바다로 뛰어내렸고 바다를 동경하고 바다의 모든 것을 사랑했던 그녀는 이제 바다가 되었습니다. 진정한 예술가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사람”. 이에 선은 이렇게 말하죠. “수많은 거짓과 모방이 판치는 그곳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면, 그 사이에서 ‘진짜’가 될 수 있다면, 그때 진정한 예술가로서 음악을 할 것이라고.”
이 책은 여느 소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단편소설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앨범의 모티브라는 발상이 더해지면서 정말 특별한 책이 되었습니다. 3,4분가량의 짧은 노래를 한권의 책으로 풀어 쓰면서 독자들이 아닌 “악뮤의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까지도 선이와 해야가 있는 자신만의 세계관에 끌어 모았기 때문이죠. 중간중간 마치 노래 가사 같은, 마치 바다를 담고 있는 구슬 같은 느낌을 주는 비유법들과 표현들도 이러한 몰입에 큰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어떠한 답을 듣길 원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어느 조용한 카페에 와있는 듯한, 혹은 자신이 고요한 바다 위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감히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추천합니다.
다음 주자로 스스로 반(半)공대생이라고 말하는 윤진혁 군을 추천합니다. 기계공학과를 재학중인 윤진혁 군은 “과학 커뮤니케이터” 라는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 공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대중들이 공학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온 친구입니다. 평소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해왔던 친구인 만큼 소통과 전달에 있어 아주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어떤 책을 소개하더라도 이 릴레이 독후감의 의도에 맞게 좋은 글을 들고 올 것입니다!
연구하시는 와중에도 동아리 모임 공연에 신경쓰시는 여유(?)가요! 잘 익고 갑니다.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