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이달의주자:윤진혁) 이종국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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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과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윤진혁입니다. 과학 지식의 소통과 관심에 많아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활동한 경험이 있고, 현재는 과학과 공학의 즐거움을 전달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긱블(Geekble)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공학자라고 하기엔 사람들에 관심이 너무 많고, 공학자가 아니라고 하기에는 과학과 공학의 가치를 사랑하는 반(半)공대생입니다. 다양한 생각과 가치에 관심을 가지며 자연스럽게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책은 삶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의 답변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저에게 감명 깊었던 하나의 답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아마 모두들 한 번쯤은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해 답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최근에 대학 졸업을 앞두고 비교적 여유로운 시기이자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시기를 맞이했고, 어떤 진로를 선택할 것인지에 정말 많이 고심해왔습니다. 결심이 서기 위해서는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도 있었으나,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기준으로 각자의 일을 선택했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시간으로만 계산해보아도 우리는 하루의 1/3 정도를 일하는 데 사용합니다. 때문에 이러한 일에 대해, 다양한 가치가 존중받고 있고 변화가 엄청나게 빠른 현대사회에서, 많은 미디어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낯설지가 않습니다. 추천해드릴 책 ‘골든아워’를 처음 접했을 때도 당연히 그런 이야기일 줄 알았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이미 접했던 외상외과 전문의 이국종 박사님께서 의사일을 하시면서 느꼈던 보람과 즐거움을, 그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사명감에 대해서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들려주실 줄 알았습니다.
‘골든아워’는 담담하고 건조하게 이국종 박사님이 외상외과에서 근무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풀어갑니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을 긴급히 치료하는 이야기부터 세계적인 외과 외상의 표준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병원 시스템과 사투하는 일까지. 특유의 긴박하고도 열악한 상황에서의 사투를 읽고 있노라면, 갑갑함과 측은함, 경외심 등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밀려옵니다. 책에서 생산적이고 영감을 주는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지리멸렬한 상황들과 싸우며 그저 하루하루 버텨내는 사람들의 모습만이 있을 뿐입니다.
“인생에서 시한부 같은 보직을 가지고 있는 내게 무엇이 남을지를 생각했다. 일상이 반복될 때마다 내 앞을 등록되어 올라가는 환자 명단만이 내 삶의 의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해가 지날 때마다 새롭게 추가되는 200명 정도의 새로운 환자 명단과 협의 진료 실적이, 내가 세상에서 일을 하면서 존재했다는 유일한 흔적이었다.” – ‘골든아워 中’
‘골든아워’는 저에게 반드시 특별한 가치나 자신과 딱 맞는 일을 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님을 말해주었습니다. 생과 사가 처절하게 뒤얽힌 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통해,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그저 인간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숙명으로써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나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골든아워’는 한국 외상외과 의료계의 현실과 한 의인(義人)에 대한 이야기로써는 물론이고, 본인의 일과 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도 색다른 느낌의 시각을 제시해줄 수 있는 매우 좋은 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가끔 하나의 예쁜 물건이 하루의 기분을 좋게하기도 합니다. 다음 주자로 그 하나의 예쁜 물건을 만들고 있는 장아람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과학과 공학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게 익숙한 저에게 예술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주었는데요. 미술을 전공하고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장아람이 책을 통해 코센 릴레이북에 새로운 시각과 이야기를 선물해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