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그리는 무늬 (이달의 주자 : 곽지혜) 최진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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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재생에너지연구소장 곽지혜입니다. 수십년(?) 전 프랑스 유학시절, 한선화 전 KISTI 원장님의 소개에 매료되어 가입한 KOSEN에서 맹활약하며 도움도 많이 받고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났더랬죠. '날아라~ 책!'이라는 까페도 운영하면서, 아래와 같은 문구를 대문에 걸었었는데,
博觀精思 群疑漸釋 豁然有覺 超然自得 - 柳希春 ≪讀書銘≫
널리보고 곰곰이 생각하면 온갖 의심이 점차 사라져 활연히 깨달음이 있고 초연히 자득하리라 - 유희춘 ≪독서명≫
요즘엔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사대기만 할 뿐 읽지를 못해서 제 취미가 '책 읽기'가 아닌 '책 사기' 였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활연한 깨달음'과 '초연한 자득'을 위해 다시 책을 집어들었을 때 eisenbahn님의 릴레이 호출을 받았는데요, 아무리 4차 산업혁명 시대라 해도 역시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책은 늘 옳습니다! 읽고 나면 책 안 읽던 나 자신을 반성하며 그 다음엔 무엇을 읽을까 독서 의욕을 자극하는 책, 오늘 소개드릴 최진석 작가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입니다. 정작 이 책에는 '책 속에서 여러분 자신의 진리를 구하지는 마세요'라고 써 있음에도 어느새 같은 작가의 책 세권을 더 질렀네요(역시 제 취미는 책 사기!).
책 제목인 '인간이 그리는 무늬'는 '人文'을 풀어 쓴 것인데, 인문학을 배우는 목적은 바로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제대로 보기 위함이라는 것, 그걸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자아가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자아의 준비는 자기를 지배하고 있던 이념이나 신념, 가치관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런 것들을 부정하고 제거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것들로부터 자기가 지배받지 않고 도리어 반대로 그것들을 지배하고 희롱할 수 있어야 자기가 자기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작가는 또한 우리에게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 더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졌는지, 더 유연해지고 관용적인 사람이 되었는지, 가족이나 이웃들과 더 잘 지내게 되고 눈매가 더 그윽해졌는지, 더 생기발랄해졌는지, 상상력과 창의성도 더불어 늘어났는지' 묻습니다. 만약 그 대답이 '예'가 아니라 지식과 경험이 우리에게 자유도 행복도 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것들을 쌓고 늘이는데 몰두하는 것이냐고 묻고 있습니다.
사회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행복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지 않기 때문이며, 행복한 국가에서 백성들의 행복한 삶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백성들이 모여서 행복한 국가로 드러나는 것이 듯, 행복을 위해서는 이념에 주도권을 넘기지 말고 자기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라고, 명사로 살지 말고 동사로, 이성에서 욕망으로, 보편에서 개별로 회귀하라고 얘기합니다. 보편적 이성에서 벗어나 개별적 욕망에 집중해야 멋대로 할 수 있고, 멋대로 해야 잘 할 수 있으며, 자기가 움직이므로 자신에 대한 존엄도 중시해 부패에 저항하는 힘도 갖는다고, 이게 곧 德인데, 덕이 지식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향기와 힘을 발산하는 동력으로 회복될 때 인간은 비로소 지식의 저장고가 아니라 지혜의 운용자로, 도덕 연구자가 아니라 도덕 실천가로,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에서 일상적으로 민주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작가는 얘기합니다.
이 책의 부제는 '욕망하는 인문적 통찰의 힘'인데, 이는 곧 '덕'으로 연결되며 저는 어느새 작가의 최근 책인 '나홀로 읽는 도덕경'을 펴고 있네요. 일견 어울려 보이지 않는 욕망과 도덕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 한번 읽어보세요. 삶의 주체력을 가진 개인의 욕망을 통해 자라난 통찰력이 지식을 '사건의 똥'에 머물지 않고 사회의 거름이 되게 하고 지혜로 발전시키는 힘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KOSEN 인연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동서번쩍 '번개'도 마구 국경을 넘던 시절, 그르노블 어느 산중턱에서 shhahn, islee202 회원님들과 핑크츄리닝도 셋뚜셋뚜로 사 입고 야자타임 같이 했던 ABB Korea의 송태준 박사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