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이론은 역사에도 적용된다.
- 1128
- 2
- 1
역사구분을 씨족-부족-왕정-독재-민주로 이어지는 정치체계가 아닌, 석기-청동기-철기시대처럼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를 기준으로 나눈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 참신한 발상이다. 이 시대구분법은 덴마크 고고학자 톰센이라는 사람이 처음 제안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옛날에는 긴 세월동안 별로 중요한 발전이 없다가 18세기부터 빅뱅처럼 많은 일들이 발생했던 것을 보면 이런 역사구분법이 좀 무색해진다. 근대사회 빅뱅은 뉴턴에서 태동되었다고 봐야 할 것같다. 그 이후 증기기관으로 출발한 산업혁명과 자동차 대량생산, 비행기에 상대성 이론까지가 2백년만에 다 나왔다. 그리고는 두차례의 세계대전과 제국주의, 식민지들의 독립까지는 겨우 백년만의 일이다. 인간이 기록을 남긴 역사시대는 5천년 정도지만, 최근 300년동안 많은 변동과 변화가 빅뱅처럼 폭발했다. 이 빅뱅은 그렇게 끝나고 조용히 가는줄 알았더니 컴퓨터가 나와서 계산능력을 거의 초인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더니 이제는 통신까지 엮어둔, 정보화시대를 만들었다. 정보화 시대란 데이터를 좀 더 빨리 처리해주는 것 정도가 아니라, 모든 가치판단과 결정까지 데이터와 프로그램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너무 많은 기술과 정보가 난무하고 있어서 괴상한 상상도 해보는데, 만약 전세계 20세 이상의 사람들이 모든 것을 지구에 그대로 남겨둔 채 하루아침에 전부 ‘휴거’되어버린다면, 남겨진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과연 얼마만에 스스로 자동차와 휴대전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도 선배들이 남겨둔 자동차와 휴대전화라는 것이 과연 필요하냐고 논쟁하는 그룹과 (물론 이 논쟁도 카톡으로 할 것이다…), 무작정 회사의 담을 넘어가 자료를 파보는 그룹까지 다양할 것이다. 물론 백명중 아흔아홉 명은 시간이 한참 지나도 심한 맨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다. 그런데 전기도 아마 며칠만에 끊길 것인데, 어두워진 밤을 어찌할지도 궁금하다.
자, 이제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을 지나 AI혁명으로 넘어가보자. 무언가를 ‘하던’ 인간은 ‘보는’ 인간으로, 팔다리를 쓰던 인간은 손가락을 쓰는 인간으로, 동네를 거닐던 인간은 지구촌을 넓게 활보하는 시대까지 왔다. 산업혁명과 정보혁명 후에 오고있는 제3차 빅뱅이다. 빅뱅에는 확실한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폭발력을 받은 모든 입자들은 반경방향으로 서로 쏜살같이 멀어진다는 것이다. 목표가 어디인지 상대는 왜 저리로 가는지 묻지 않고 질주해야하는 것이 빅뱅 속 입자들의 거동이다. 그래서 달을 건너 뛰고 화성까지 개발한다고 난리를 치는데, 정작 지구촌의 집값은 못잡고, 교육문제마저 답이 없어 출산도 꺼린다. 마치 약에 중독되어 억지행복을 느끼지만, 속으로는 인생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느낀다는 이야기다. 아! 물론 그 와중에도 없는 사람들은 ‘인생 한방’이라는 신앙을 가지고 살며, 가진 자들은 즐기는 와중에 자기 것을 지키느라 촉각을 곤두세우며 산다. 제1차 빅뱅인 산업혁명 이후를 잘 다스리지 못해서 두번의 세계대전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제2차 빅뱅인 정보혁명과 그 산물인 세계화를 지나치게 추종한 나머지 코로나가 창궐했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제3차 빅뱅인 AI혁명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무슨 변고가 올지는 모르겠다. 누적된 환경문제가 다른 후유증과 결합하면 코로나 이상 가는 재앙도 가능할 것같다. 물론 이런 변고들은 사실 자연의 보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일전의 글처럼 회복을 위한 자연의 자구책으로 볼 수도 있다. 지금 현재에서는 무고한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불편한 생활이 우리를 분노하게 하지만 ,문명의 이 거대한 이기적 관성을 바꾸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문명의 관성이 얼마나 큰지는 매일매일 경험할 수 있다. 한쪽은 코로나로 사업이 망하고 병원에 갇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면회가 제약을 받지만, 정치권의 대선경쟁은 어느 때 보다 뜨겁다. 이런 현상은 당연하게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는 동안은 영원히 살 줄 아는 우리 인간들의 미숙함 탓이다. 어째되었든, 코로나로 나 역시 보통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많이 불편했고 힘들었지만, 내 생각에는 코로나는 오히려 지구를 지키려고 광야에서 말타고 달려온 단기필마의 기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너무 오랜 칩거로 머리가 이상해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헛소리하지 말고 증거를 보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카드 한장을 내밀고 싶다. 만약 코로나가 없었다면, 대륙에서 날려오는 미세먼지와 더운 날씨가 조합된 한국의 이번 여름이 과연 어떠했을까?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까지도 지나치지 않게 행동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도의 경지인 모양이다. 끝으로 ‘총, 균, 쇠’의 저자 다이아몬드 교수의 어떤 인터뷰를 소개한다. 화성개발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인터뷰어 질문에 그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통쾌했다. “원수들 같은 사람들 다 모아서 화성에 보내고 싶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지구를 더 사랑하기로 하자. 그리고 빅뱅의 폭발력을 받더라도 각자 반경방향으로만 질주하지말고 연대해서 같이 가는 방법도 연구하고, 폭발력을 거스를 정도까지는 못되더라도 약간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힘도 기르자.
빅뱅이라...지금은 3차 빅뱅에서 AI혁명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전 창훈 회원님 견해에 백 번 동의합니다.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