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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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좋은 코너를 만들어주신 KOSEN 관련자분들과 바톤을 저에게 이어주신 박지태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유럽 X-선 자유전자 레이저 (European X-ray Free Electron Laser) 라는, 한국에는 흔히 ‘4세대 방사광 가속기’라고 알려진 방사광 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 중인 김윤희라고 합니다. 바이오 물질들을 포함한 다양한 물질들의 나노구조를 시각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개 책이란 주업 이외의 분야에 대한 식견 (견문)을 넓혀주기도 하고, 고민거리나 스트레스가 있을 때에 해결책을 제시하고나 기분전환을 하게 해 주는 존재입니다. 특히 외국에 살다보니 인간관계도 좁아지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들을 수 있었던 사회 여러 이슈들에 둔감해지게 되는데, 책이 그런 부족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 겪고 있는 굶주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부모님의 세대가 겪었을, 그리고 현재에도 한반도 북쪽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겪고있는, 하지만 지금을 살고 있는, 적어도 이 글을 보게 될 우리 세대에는 그저 가끔 TV나 책에서 마주하고 제대로 접해볼 기회가 없었던 기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저처럼, 이 글을 읽고 계실 많은 분들이 과학이나 기술에 대한 글들을 훨씬 많이 접해오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사회문제를 다루는 이 내용이 어쩌면 더욱더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아버지와 어린 아들의 대화로 구성되어 이런 사람들도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굶주림을 겪어보거나 겪는 사람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으실까요 ? 아마 대부분 없을 것입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오랫동안 음식 섭취에 어려움을 겪었거나 그런 사람을 가까이서 지켜본 적이 있는 이라면 제3국의 사람들이 겪고 있을 기아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으련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런 경우에는 위생적인 물과 음식을 먹고 영양보조제, 의약품들과 함께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아에 시달리는 이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그러한 고통과 더불어 지저분한 음식과 식수로 인한 기생충 감염, 면역력 저하 등에 의한 고통을 일평생 겪을 것입니다. 그 괴로움을 어느 누가 몇 마디 말과 글로 나타낼 수 있을까요.
제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내용은 기아가 단지 곡류가 자라지 않고 가축을 기르지 못하며 물을 구하기 힘든 환경, 또는 자연재해가 기아의 원인일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유일하게 떠올릴 수 있었던 이 생각이 정말 순진한 생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 의하면 정치적이고 부유한 국가나 기업 및 부자들의 이해타산적 결정과 행동에 따른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의 기아의 원인입니다. 그렇다고 지구 다른 한 편에서 기아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결정을 하는 국가 및 기업의 결정권자들은 이것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기아는 증가하는 세계인구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즉 세계인구를 안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자연선택적인 현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부유한 국가에서는 자국의 농민, 목축업자의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제한하거나 이미 생산된 것들을 파기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높게 유지합니다. 세계 곡물가격이 결정되는 곡물거래소에서는 투기꾼들이 가담한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높은 가격을 책정합니다. 기업들은 이윤의 극대화 외에 굶주리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한편에서는 여러 국제구호기구가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에서는 세력을 다투는 군부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등의 이유로 이들의 도움을 차단한합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이 세계 인구 2배의 사람들을 충분히 먹이고도 남는 양인데도 가난한 나라에서는 기아가 끊이지 않는, 오히려 늘고 있는 이유들입니다.
사실 우리는 그들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전하는 내용을 알고 있을지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사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지적한 대로 기아에 대해서는 학교에서조차 가르치지 않습니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도 정부나 기업의 펀드를 받아 연구하기 때문인지 세계의 절반이 겪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연구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마주한 적이 있다면 어쩌면 생에 한 번 정도 무의식에서라도 기인한 작은 결정이 우리는 모를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라도 이에 선한 영향을 주게 될 지도 모른다는 작은 생각 때문입니다.
미국의 University of Maryland 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하고 계신 장찬용 박사님을 다음 주자로 모시고자 합니다. 십여년 전 같은 곳에서 visiting student 를 하며 치열한 한 때를 같이 했던 장찬용 박사님은 그 중 이후에도 저와 비슷한 경로를 걸어 온 몇 안되는 분이십니다. 전공인 생명과학 분야는 물론이고 다방면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기에 어떤 책이던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평소에 쓰시는 글들이 마치 한편의 수필과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기에 장찬용 박사님께서 다음으로 어떤 책을 어떻게 소개해주실 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카길 같은 거대 기업과 투자의 귀재라고 떠 받드는 몇몇 양아치들의 장난질로 기아가 끊이지 않는다고 오래전 책을
통해 알게 됐고 그리고 우리 땅 북녘에서도.단시간에 도움 줄 해결 방법이 없는 게 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다시 환기 시켜 주신 책 소개 감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