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인공위성통신회사 Eutelsat 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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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근무하고 있는 유텔샛 S.A (Eutelsat S.A.)는 프랑스 파리의 남서쪽에 위치한 인공위성통신 업체입니다. 30년 전, 유럽의 국제기구로 창립되어 유럽의 통신위성 시스템을 총괄하여 운영하다가 그 당시 많은 통신회사들처럼 민영화되어 프랑스 주식시장에 상장이 된 민영 주식회사가 되었습니다.
한국통신의 무궁화 위성 사업단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만, 유텔샛 S.A는 지구의 정지궤도 상에 운용하고 있는 위성의 개수가 30기가 넘고, 지상에서 제작하여 발사를 준비 중인 위성의 개수가 9기인 세계 3대 위성통신회사입니다. 유럽에서는 SES라는 통신위성회사와 함께 대부분의 시장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아시아와 북남미 시장에 진출했고, 최근 멕시코의 Satmex를 인수·합병하면서 그 크기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2013년 회계연도 매출이 1.28 Billion Euros (1조 9천억 원정도) 정도인데, 이 매출의 78% 정도가 세전수익 (EBITDA)이라고 하면 믿기지 않을 만큼 수익률이 좋은 회사이겠지요? 전체 직원들의 숫자는 얼마 전에 인수·합병한 멕시코의 Satmex를 포함하여 약 1000여 명 정도입니다.
파리 본사에는 인공위성의 제작, 구매 및 운영을 담당하는 기술부서와 위성통신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와 이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하는 부서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엔지니어들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저는 위성의 사양, 구매, 제작감리를 담당하는 부서에 속해 있습니다. 업무의 성격상 회의가 무척 많고 위성의 제작과 장비를 담당하는 기업체를 방문하는 출장이 많아서 자주 집을 비워야 하는 고충이 있습니다.
파리 본사에서 남서쪽으로 약 100km 정도 떨어진 람부이에(Rambouillet)라는 도시에 텔레포트(Teleport)가 있습니다. 이 곳에서 수십 기의 안테나로 위성을 모니터링하고 위성의 중계기를 운용합니다.
프랑스의 자동차 회사인 시트로앵이 공장이 있던 자리를 파리시에 기증하면서 조성된 공원이 회사 바로 앞에 있습니다. 커다란 정원 같아서, 날씨가 좋으면 많은 사람이 이곳 잔디밭에 앉아 점심 샌드위치나 도시락을 먹습니다.
회사 주변에 많은 운동시설이 갖추어져 있지는 않지만,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리의 면적이 좁아서 점심시간 동안 에펠탑을 지나 오르세이 미술관, 루브르 미술관 앞까지 꽤 좋은 코스로 조깅을 할 수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조깅을 하고 난 뒤에는 땀 때문에 사내 샤워실을 거치지 않으면, 오후에 업무를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렇게 연습을 한 뒤에는 파리 마라톤과 같은 국제대회에 참여합니다. 그 밖에 잠수, 요트운전 같은 사내 클럽을 구성하여 여가활동을 즐깁니다. 저는 참여하지 않지만 요리강습이나, 각종 영화 연극 팀도 있습니다.
파리 오르세이 박물관 앞으로 지나는 강변도로는 2013년부터 차량의 통행을 완전히 통제하고 인도로 변경시킨 뒤, 시민들의 산책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마라톤코스로 제격인 곳이지요.
파리에 사는 사람들은 오르세이 박물관 앞에서 약 2시간은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관광객들의 줄이 그다지 놀랍지 않습니다. 다만, 제 지인들은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서 박물관에 가서 되도록이면 줄서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파리의 Velib 이라는 제도를 아시는지요? 몇 년 전부터 도입하여, 전 세계에 그 아이디어를 수출하고 있는 공용자전거 대여 시스템인데, 회원이 되거나, 하루 동안 임대하는 표를 끊으면, 파리 시내의 곳곳에 위치한 자전거 대여장에 있는 자전거를 아무곳에서나 빌려타고, 다른 아무곳에나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저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합니다. 집 앞에서 빼서 회사 앞에 있는 보관소에 끼워놓으면 끝이고 공용이니, 도난의 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너무 편합니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말이죠.
파리시는 Velib 자전거 시스템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Autolib이라는 전기 자동차 공용 대여 시스템을 내놓았습니다. 회원이 되면, 파리에 여러곳에 설치되어 있는 자동차 도로주차장의 어디서든 원하는 자동차를 빼서 쓰고, 다시 같은 목적의 도로주차장에 아무데나 반납하면 되죠.
사내 사원복지회에서 해마다 가을축제를 벌입니다. 주로 파리 근교의 좋은 피크닉 장소를 빌려서, 각종 놀이시설을 벌리고는 회사의 모든 직원들과 가족들을 초대하지요.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는데, 아이들의 나이에 따라서 참여도가 달라지긴 합니다.
이런… 너무 놀기만 하는 장면들을 뽑아 놓아서 안 되겠습니다.
저희 회사 최근 위성들의 발사 사진들 몇 장 보여드립니다. 왼쪽은 지난 2013년 8월 30일에 발사된 Eutelsat 25B 위성을 실은 아리안 5 로켓의 발사장면입니다. 오른쪽은 2012년 12월 4일에 발사된 Eutelsat 70B를 실은 Sea Launch의 발사장면입니다. Sea Launch 는 위성과 로케트를 배에 실어서 태평양 한가운데 까지 가서 바다위에 떠있는 발사장에 로케트를 세워놓고 발사를 합니다.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프랑스의 이미지를 향수, 화장품, 와인, 그리고 식도락 정도의 대답을 하십니다. 그러나, 프랑스의 첫번째 수출품목은 항공기와 헬리콥터, 그리고 인공위성을 포함하는 항공우주 산업분야이고, 두번째는 각종 의약품, 세번째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그리고 네번째가 석유화학제품들입니다. 주력 수출 분야에 에어버스나 르노, 뿌조, 파스퇴르, 토탈, 등등의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들 대기업과 함께 협력하는 수만개의 중소기업들과 다시 중소기업들에 협력하는 무수히 많은 소규모 작업장들, 개인기업들 등이 프랑스 경제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고등학교에서부터 파업과 데모를 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나라이지만, 반편 평등한 자유경쟁에 엘리트들을 우대하여 고등 사범학교, 그랑제꼴들 출신들이 아주 좋은 특별 대우를 받는 아이러니를 함께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직위가 높으면 높을 수록,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은 아시는지요? 파업과 데모, 그리고 긴 유급휴가 기간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일년간 일하는 노동시간이 가장 짧을 것이지만, 단위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따진다면, 다시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일등을 하고 있는 나라도 프랑스 입니다.
또한, 프랑스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에 철학이 필수로 포함되어 있어 인류가 당면한 근대의 인문학적 질문들을 모든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에, 각 개인들이 본인의 삶의 방식이 옳다고 확신하며 나름 삶에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한국의 역동적인 사회 변화 속도에 비하여 전반적으로 느리게 가는 것이 앞으로의 경제발전에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만, 다양성과 개인의 사상을 존중하는 풍토에서 창의적인 과학기술 분야의 혁신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한국에 계시는 동료, 선후배 과학기술계 동지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으면 좋겠습니다.
엉뚱한 질문하나 할까요? 프랑스 와인은 어느 지역 어느 샤또의 것이 가장 맛있을까요?
제 짧은 경험에 따르면, 어느 지방의 식당에 가건, 그 식당 주인이 지역 와인이라고 소개해주는 술이 가장 그날 음식과 잘 어울리고,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프랑스 산 고급 꼬냑이나 고급 와인들이 프랑스의 수퍼마켓에서 잘 팔리지 않고, 오히려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많이 팔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프랑스에 출장이나 여행을 오시게 되면, 지방색이 물씬 풍기는 식당에서 그날 음식에 잘 어울리는 지역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주문해 보십시요. 식당에서 대접이 달라질 것입니다.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 글을 아주 잘 쓰셨어요. 유텔셋 뿐아니라 프랑스, 파리, 와인, 오르세미술관 관람팁까지....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네요. 프랑스에서의 삶이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프랑스 파리는 92년에 런던 한국인여행사 가이드로 서울서 오신 한국분들 모시고 2박3일씩 두번 짧게 지나갔지만 인상이 좋게 남아있네요.
구경 잘했습니다.
우와~ 정말 대단한 회사에 근무하고 계시네요. 말로만 듣던 EutelSat을 눈으로 보니 좋네요.
아드님이 아주 자알~ 생겼습니다. 지금은 더 컸을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