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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센릴레이북14 (두번째 릴레이 목록) KOSEN 저

 


이청준과 톨스토이의 단편집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이청준과 톨스토이의 단편집입니다. 『이청준 단편집』은, 비극적 결말에 해결책으로 제시된 과정과 치유의 결과가 도리어 주인공들을 그 이전보다도 못한, 더 큰 좌절과 파멸의 나락으로 빠지게 만들었다는 점이 대학 새내기 시절,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많은 변화와 갈등 속에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제게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톨스토이의 단편집』은 미국으로 유학을 온 후 몇 년이 되어 나름 미국 생활에 적응해 가던 시기에 접하게 된 책이었는데, 아주 쉽고 간단한 이야기로 읽혀지지만, 두고두고 그 의미와 해석/적용에 관한 부분을 곱씹게 하는 깊이가 있는 글들입니다.  
 

불량제약회사 - 벤 골드에이커
  『불량제약회사』의 저자인 벤 골드에이커는 ‘배드 사이언스’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비과학적인 것들을 비판함에 있어 늘 제대로 된 근거를 갖추었고, 또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읽는 내내 저를 즐겁게 했습니다. 그 책 중 한 챕터가 바로 제약회사 비판이었는데, 거기에 성이 안찼는지 아예 책 한권을 새로 썼습니다. 『불량제약회사』는 그러니까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부도덕을 다룬 종합보고서입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들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이 책이 별로 읽히지 않는 현실은 좀 안타깝습니다. 지속적인 비판을 하는 저자를 보며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 것, 그게 바로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보람입니다.  
 

체체파리의 비법 -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21세기가 시작되어 한참 달리고 있는 오늘날, 절대빈곤의 상황을 아직도 겪고 있는 인도나 아프리카의 사람들을 보면서, 지난 시간동안 간간히 저들과 나의 관계에 대하여 고민하고 질문해오던 내용들을 이 한권의 책에서 더 깊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살려고 하지만 사회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각종 질병과 기아에 허덕이면서 절대 빈곤의 상황에 구속되어 있는 사회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함께 동시대에 같은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행동을 요구하는 것일까요?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공돌이로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양손잡이 자연세계 - 마틴 가드너
  저는 『양손잡이 자연세계』를 읽고, 입자물리를 전공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자연의 대칭에 대한 책입니다. 대칭이라는 열쇠 글은 하나지만, 시간이 왜 미래로만 흐르는가, 왜 모든 사람의 탯줄은 한쪽 방향으로 꼬여 있나, 바이러스는 생명인가 하는 질문들이 모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습니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답을 얻을 수 있도록 친절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이것을 깨닫는 것은 제 평생에 걸친 소중한 경험이어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번 생각해보고 답을 얻으면 좋겠다고 권하고 싶습니다.  
 

매력적인 장 여행 - 기올리아 엔더스
  소화기는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기관임에도(삶을 두 동사로 요약하면 “먹고 싼다” 아닐까요?) 다른 장기에 비해 소홀하게 취급해왔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중요한 발견들이 '그들(전공자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어 대중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지침으로 이어지지 않는데 실망해 본인이 직접 책을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소화관과 소화에 대한 내용이고, 두 번째는 장의 신경체계에 대해 다루고, 마지막이 장내미생물 이야기입니다. 장에 대한 과학지식뿐 아니라 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팁들이 수두룩합니다.  
 

불멸의 꿈 - 류형돈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늙음이잖아요. 이 주제에 대해 세포생물학을 전공한 교수가 편안한 어투로 풀어 쓴 책입니다. 서술이 어렵지 않으면서 비교적 최근 논의까지 성실하게 담고 있고, 이론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분위기나 내부 사정이 잘 묘사돼 있어 생생한 맛도 있습니다. 저자 자신이 그 논의의 한가운데에 있기에 가능한 내용입니다. 이 책은 인류가 노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 아닙니다. 노화 연구의 현장에 있고, 그 중 아주 세밀한 어떤 부분을 갱신해 나가는 한 과학자가, 역시 그런 갱신을 통해 노화라는 큰 분야를 그려나가는 다른 과학자들의 성과를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는 책입니다.  
 

스패로 - 메리 도리아 러셀
  『스패로』는 과학소설 중 명작으로 꼽힙니다. 적은 비용으로 우주여행을 기획해 보는 과학덕후들, ‘이방인’과 만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선의의 작은 잘못들이 가져오는 큰 만행’은 인류학자들에게는 익숙한 소재입니다. 스타트랙의 팬이자, 인류학도인 제가 홀딱 반할 수밖에 없는 책이죠. 고인류학자로서, 대학교 교수로서 커리어를 쌓다 전업 작가로 전환한 러셀의 첫번째 작품이 라 그런지, 작품 곳곳에 고인류학, 혹은 인류학 전반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더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저자의 풍부하고 기발한 유머 감각이 책의 곳곳에 양념처럼 등장해서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든 책입니다.  
 

마션 - 앤디 위어
  이 책은, 아주 자세하고 비교적 많은 사실이 철저하게 고증된 하드 SF에 해당되지만, 제가 이 이야기에 주목한 것은 주인공의 낙천적인 성격이었습니다. 와트니처럼 낙천적인 사람은 없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자고 이런 많은 희생을 하는 곳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린 후 뿌듯하게 덮었습니다. 우리가 이런 사람이 아니고, 세상이 이렇지 않을망정, 인간은 이런 것을 꿈꾸며 여전히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원하고 기분 좋게 읽히는 하드SF, <마션>을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지구의 속삭임 - 칼 세이건 외
  칼 세이건과 그의 동료들이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에 실어서 보낸 ‘골든 레코드’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고 기록한 책입니다. 보이저1호와 2호가 발사된 때가 1977년이고 이 책이 발간된 것이 1978년의 일이니 거의 40년 만에 한글로 번역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독자를 만나게 된 셈입니다. 『지구의 속삭임』은 40년 전 쏘아올린 현재의 우리를 위한 우리들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책으로, 인류가 멸종해도 우리들의 모습을 간직한 채 우주 공간 어느 곳을 떠돌아 다니고 있을 우리들의 유서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소중한 우리들의 모습을 『지구의 속삭임』 속에서 만나보길 권합니다.  
 

물건 이야기 - 애니 레너드
  저는 『물건 이야기』를 참 아프게 읽었습니다. 환경 관련 책 중, 이만큼 강렬하고 오래토록 마음에 남은 책은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은 패트병으로 물을 마시고 해외 직구로 물품을 구입하는, 우리의 일상생활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요? 제가 아는, 어느 편집자는 자기 돈으로 책을 사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진짜 좋은 책이라고 말합니다. 『물건 이야기』가 저에게 그런 책입니다. 한때 책이 절판될까 마음을 졸였고, 중고책은 무조건 사뒀다 지인들에게 나눴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추천합니다.  
 

GMO 사피엔스의 시대 - 폴 뇌플러
  폴 뇌플러는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세포생물학 교수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연구하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점을 소상하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뇌플러는 최초의 시험관 아기부터 이 책의 핵심 주제인 맞춤아기까지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 즉 "더 나은" 인간을 향한 갈망에 우생학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는 점을 제기합니다. 그것은 '완벽한' 아기의 정의를 누가 내리는가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유전자 가위와 같은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에 따른 새로운 기술적 발전 가능성과 함께 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점들을 짚어볼 수 있습니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20대 후반, 처음 『월든』을 만났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환경단체에서 일을 했고, 자연스레 생태학과 관련된 읽을거리를 찾다 눈에 들어온 책이었어요. 조금 훑어보다 금세 덮었습니다. 숲속에 은둔하며 사는 어느 낭만주의자가 쓴 글이려니 생각했지요. 소로를 단순한 낭만주의자라고 여긴 것이 큰 오해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기는, 40대 후반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고전읽기 강좌를 운영하면서 선택한 책이 그나마 익숙한 『월든』이었어요. 수업준비로 열심히 완독했습니다. 관련 논문들도 찾아 읽고, 자발적으로 몇 차례 더 완독했습니다. 읽을수록 감탄했어요. 20년 전 눈에 들어오지 않던 구절들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과학과 인생관 - 천두슈 외
  이 책은 1923년 무렵 중국 사상계에서 ‘과학과 인생관 논전’이 벌어졌을 때 논쟁에 참여한 사상가, 철학자, 과학자 등 여러 분야 지식인들의 글을 모아 펴낸 책입니다. 거의 100년 전에 이뤄진 두터운 논쟁의 흔적을 보다보면, 우리 시대에 과학은 대체 무엇인지, 과학과 사회는 무엇을 왜 소통하려는 것인지, 행복한 삶을 위해 과학의 유익함은 저마다의 인생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 것인지와 같은, 분명한 한 가지 답을 얻기 힘들지만 중요한 물음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인생의 문제에서 과학을 바라보는 것은 이밖에도 여러 생각거리를 줄 듯합니다.  
 

석주명 평전 - 이병철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6.25사변까지, 어떻게 보면 한국 근대사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과학자의 삶을 선택한 석주명 선생의 이야기입니다. 나비박사로 잘 알려진 석주명 선생을 다룬 많은 책 중 가장 대표적인 책으로 뽑히고 있어 오래된 책임에도 소개합니다. 역사 속 생물학자로 남은 석주명 선생의 삶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각자의 생각에 맡기면 될 것 같습니다만, 석주명 평전을 읽고 있는 연구자(혹은 연구자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라면 자신에게 무수히 던져야 할 질문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이란 무엇일까?' '과학을 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나에게 과학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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