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테네시 주 멤피스에서의 연구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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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미국 테네시 주 멤피스에 위치한 St. Jude Children’s Research Hospital에서 Lentiviral vector를 이용한 유전성 혈액질환 유전자 치료 연구에 종사하고 있는 연구원 김윤상입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두번째, 기간으로 따지면 미국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도시가 제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멤피스입니다.
멤피스에 대하여
미국 남부의 아칸소 주와 테네시 주는, 미국에서 두번째로 긴 강인 미시시피 강을 경계로 나눠지는데, 멤피스는 이 미시시피 강 동편에 다시 말해서 테네시 주 가장 서쪽에 위치하는 도시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계 4대강 미시시피 강은 엄밀하게는 제퍼슨-미주리-미시시피 강 수계를 합쳐서 따지는 것으로서, 이 경우 미국에서 제일 긴 강인 미주리 강도 포함됩니다) 지리적으로는 미주리, 아칸소, 미시시피, 켄터키, 알라바마, 그리고 일리노이 주와 가까이 위치하는 멤피스는, 테네시 주에서는 네쉬빌에 이어 두번째로 큰 도시이며, 주변의 소위 메트로폴리탄 지역 (미시시피, 아칸소 주 일부를 포함)으로 따지면 130만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멤피스 주변의 학교와 연구기관
멤피스의 대표적인 대학은 테네시 주립대학과 멤피스대학, 그리고 로즈 칼리지입니다. 테네시 주립 대학의 경우에는 약대, 의치대 및 간호대 등의 대학원 과정만 멤피스에 있습니다. 멤피스 대학도 역시 주립대학입니다. 로즈 칼리지(Rhodes College)는 Liberal Arts College로서 1848년에 설립되어 1925년에 지금의 멤피스로 옮겨온 학교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St. Jude Children’s Research Hospital은 1962년 대니 토마스라는 연예인이 설립한 비영리 소아연구병원입니다. 100% 기부금으로 운영이 되는 병원이며 (물론 연구자들이 미국 국립보건원 혹은 다른 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받는 것을 예외로 하면), 일단 이 병원의 환자로 등록이 되면 치료비로부터 방문에 필요한 여행 경비(타지역에서 주로 많이 오게 됨으로)와 식비, 체류비용 일체를 모두 환자와 환자가족에게 지원합니다. (의료보험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보험회사에 비용을 청구하여 일정 금액을 받게 됩니다만, 환자에게는 아무 비용을 청구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U.S. News & World Report” 에서 소아암 분야 1위 병원으로 뽑혔고, “Fortune 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에서 36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2017년부터 대학원과정을 신설하여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도 더욱 많이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집행되는 예산이 2-3백만불 정도이며, 머지 않아 연간 10억불 정도의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실내사진:치료를 받은 환아의 국적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 외부 사진:아직도 캠퍼스 확장공사 중입니다. ]
멤피스의 문화 및 가 볼만한 곳들
멤피스는 음악이 유명한 도시입니다. 해마다 뮤직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마지막까지 살았던 Graceland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최근 8월16일이 엘비스 프레슬리 사망 40주기여서 많은 방문객들이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쟈니 캐쉬와 엘비스 프레슬리를 비롯한 여러 뮤지션들이 작업을 했던 Sun Studio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Beale Street입니다. 음악이 넘치는 레스토랑과 클럽이 위치하는 블루스의 고향입니다.
[ 낮에는 아주 한산한 멤피스 ]
이런 대중적인 음악 이 외에도 클래식 음악을 위한 장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Cannon Center for Performing Arts, Germantown Performing Arts Center , Orpheum Theatre 등에서 유명 오케스트라와 연주자, 브로드웨이 뮤지컬 등의 공연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지역의 소규모 연주 그룹이나 유소년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이곳에 올려지기도 합니다.
[ Germantown Performing Arts Center ]
멤피스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피라미드 건물이 미시시피 강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한 때는 멤피스 그리즐리스 농구팀의 홈구장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여러 번의 구조 변경과 소유 이전 끝에 지금은 야외활동을 위한 용품들을 판매하는 매장인 ”Bass Pro Shops”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곳에서는 각종 요트와 보트, 사냥용 총과 각종 캠핑 장비, 그리고 기타 야외 활동을 위한 여러 장비들이 전시되고 판매되고 있습니다. 물론, 물고기와 악어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 Bass Pro Shops ]
운동경기 관람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관심분야이겠지만, 멤피스에는 NBA 농구팀인 멤피스 그리즐리스가 있습니다. 밴쿠버에 있다가 오래 전에 이곳 멤피스로 연고지를 옮겨서 최근 몇 년간 playoff에 참가하는 등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Mike Conley와 Marc Gasol이 스타 플레이어입니다. 멤피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운송업체 FedEx의 이름을 딴 FedEx Forum 홈구장입니다. 안타깝게도 MLB 팀은 이곳에 없고, 다만 St. Louis Cardinals의 마이너리그 팀인 Memphis Redbirds가 있습니다. 이 야구팀의 홈 경기장인 Autozone Park도 나름 괜찮은 야구장에 속하는 좋은 구장입니다.
[ FedEx Forum 홈구장 ]
멤피스에는 다른 미국도시들처럼 주립 혹은 시립 공원들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달리기 (cross country)나 구기종목의 시합들이 이뤄지기도 하고, 하이킹이나 프리스비(Frisbee) 게임도 이뤄집니다. 멤피스에는 아이들을 위한 Children’s Museum을 비롯해 Pink Palace Museum, National Civil Rights Museum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한 곳), Dixon Gallery and Gardens 등등의 박물관과 동물원도 있습니다.
멤피스에만 있기엔 너무 답답하다는 분들을 위해서 주변 여행지를 몇 가지 열거하자면, 가까운 대도시로는Nashville (이하 자동차로 3시간), St. Louis (4시간), Birmingham (4시간), Atlanta (6시간), Chicago (9시간), Dallas (8시간)가 있습니다. 자연을 좋아하는 분들은 Knoxville의Great Smoky Mountains 을 추천합니다. 그 외에도Chattanooga 같은 곳에서는 Ruby Falls나 Rock City Gardens을 방문하시길 추천합니다.
[ Knoxville의Great Smoky Mountains ]
[ Ruby Falls / Rock City Gardens ]
멤피스는 돼지고기 바베큐가 유명합니다. 랑데부(Rendezvous)는 미국 대통령이 찾는 것으로 유명한 바베큐집입니다. 그 외에도 Central BBQ 나 Corky’s BBQ도 유명합니다. 또, 지역 맛집 중 소개하고 싶은 곳으로는Brother Juniper's 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오믈렛으로 유명합니다 . 브런치를 먹으러 가서 1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데도 아무런 불평 없이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한편, 의대생과 의사들에겐 정형외과 교과서로 유명한”Campbell's Operative Orthpaedic” 는 1909년에 멤피스 지역에서Willis C. Campbell박사가 개원한 Campbell Clinic에서 출판되고 있습니다. 또, 여담으로 애플의 전 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멤피스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멤피스가 장기공급 상황이 다른 주보다 좋았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혹시라도 멤피스가 간이식 수술을 제일 잘 하는 곳이라서 그랬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만) 멤피스는 40번 도로(Interstate 40)가 지나가는 곳입니다. 이 도로는 캘리포니아에서 노스 캐롤라이나까지 연결되는 남부의 주요 고속도로입니다. 멤피스에는 Amtrak의 기차역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 직항은 없고, 주로 아틀란타나 시카고 혹은 달라스를 경유해서 드나들고 있습니다.
[ 한인 연구자들의 Corky’s BBQ 회식 / Brother Juniper's 오믈렛 맛집 ]
멤피스의 한인 연구자들과 교민들
앞서 말씀드린 몇 개의 대학에 여러 연구자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문사회계열, 예술계열의 학생들이나 교수님들도 계십니다만, 과학기술 쪽 분야에 국한해서 말씀드리자면, 30-40명 정도의 회원으로 구성된 멤피스 과학자 모임 (https://www.facebook.com/groups/1692957937645416/) 이 있습니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St. Jude Children’s Research Hospital에 모여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회식을 하면서 친목 도모 및 협력 연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멤피스에 사는 한인교민들의 숫자는 정확히 파악되어 있지는 않지만, 대략 3천에서 5천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각 종교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한글교육과 한국의 문화를 가르치는 한글학교도 주로 주말시간을 통해 많은 아이들과 한글과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H-로 시작되는 한인 마켓은 없지만, 웬만한 미국 Grocery Store 규모 쯤은 되는 한인마켓이 있어서 한국음식 식재료를 구입하거나 한국제품을 구입하는 데 큰 불편은 없습니다. 최근에는 IKEA도 멤피스 지역에 매장을 열어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리적으로 미시시피 강을 끼고 여러 주와 가깝다는 점이 큰 장점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국의 다른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주변에 많은 건물들이 세워지고 새로운 주택도 건설되어지는 것으로 보아 계속적인 인구의 유입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소득 대비 주거비용이 싼 편에 속합니다.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정도의 금액이면 여기서는 웬만한 주택 2채를 구입하고도 돈이 남을 겁니다. 물론, 미국 사람들은 융자를 받아 15년 혹은 30년 동안 빌린 돈을 갚아가는 방식으로 집을 구입합니다만. 매사의 모든 일이 조금 느리게 진행되는 게 답답하겠지만, 바이블 벨트 지역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착하고 가정 중심적입니다. (아래 사진은 최근에 있었던 개기일식이 있던 날 사람들이 병원 건물 앞에서 개기일식을 관찰하는 사진입니다. 마지막 사진에서는 나뭇가지 사이로 달에 의해 가려진 태양의 부분이 투사되고 있습니다)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저와 저의 식구들이 13년 가까이 멤피스에서 지내다보니 어느새 Memphian이 다 되었답니다. 느리고 답답하지만 따뜻하고 신사적인 사람들을 만나며 음악을 즐기고 맛있는 돼지고기 바베큐를 맛볼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의 작은 행복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너무 바빠 여유가 없으며 아이들과 아빠가 함께 시간을 갖기 힘든 한국의 친구들을 생각하면 많이 안타깝습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졌다고 하는데 삶은 왜 각박해져만 가는지, 느림과 배려의 미학이 필요한 때라고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멋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