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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 Yara International 연구원 생활

먼저 노르웨이라는 나라가 생소하신 분들을 위하여 이 나라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해 보겠습니다. 노르웨이는 유럽에서 가장 큰 반도인 스칸디나비아 반도 서쪽 끝에 위치한 나라입니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와 더불어 북유럽을 대표하는 나라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토 면적은 대한민국의 4배 가까이 되지만, 인구는 2013년에 5백만 명을 겨우 넘겼습니다.
노르웨이는 자원의 혜택을 많이 받은 나라입니다. 1970년대에 북해 및 노르웨이 해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되어 현재는 세계 3위의 천연가스, 5위의 석유 수출국이며, 어업도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어획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산림 및 광물자원, 그리고 세계 4위의 상선 보유를 자랑하는 무역 등에 힘입어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 불에 가까운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국토는 남북으로 길고 동서로는 가는 형태입니다. 특히 남북으로는 1,700km나 되는데 이는 유럽에서 노르웨이 남부에서 이탈리아 로마까지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행정구역은 19개 주(fylke)로 이루어져 있는데 저는 Telemark fylke에 있는 Porsgrunn에 살고 있습니다. 수도인 오슬로와는 약 150km 떨어져 있습니다. 3만 5천 명이 거주하는 Porsgrunn은 노르웨이에서는 꽤 규모가 큰 마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Porsgrunn은 인접한 마을인 Skien과 같은 광역도시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은데, Skien은 인구 7만 5천 명 정도로 노르웨이에서 7번째로 큰 도시가 됩니다.

Porsgrunn에는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이 있어 주민들에게 좋은 산책로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대부분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목조 가옥에 거주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저는 사진 왼편에 보이는 강변의 아파트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집 앞에서 강 건너 풍경을 찍은 사진입니다. 강물이 아주 깨끗해서 요즘도 이 강에서 매년 수 톤의 연어와 송어를 잡아낸다고 합니다.

이 강에는 백조와 오리가 아주 많습니다. 주중에 먹고 남은 빵을 주말에 이렇게 아이와 함께 강변에 가서 새들에게 먹이로 주는 것도 즐거운 일과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오슬로에 본사를 둔 노르웨이계 Yara International 이라는 화학회사의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Yara는 50개 이상의 나라에 생산공장과 사무실을 가지고 있고 15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영업 및 판매를 하는 다국적 기업입니다. 주력 제품은 질소계 비료, 질산, 암모니아, 우레아, 드라이아이스 등입니다.
Yara의 모회사는 Norsk Hydro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Norsk Hydro는 1905년에 설립되었고 세계 최초로 질소 비료를 생산한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설립된 지 100년 후인 2004년 기업 분할을 통해 정유와 천연가스는 Statoail, 비료 및 화학은 Yara, 알루미늄 및 금속은 Hydro aluminum의 세 개 회사로 나눠졌습니다. 현재 Statoil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이며, Yara는 세계에서 가장 큰 비료 생산 업체로, Hydro aluminum은 세계 4위의 알루미늄 업체로 Norsk Hydro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Norsk Hydro가 질소 비료를 생산하기 시작한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19세기 말 전기가 개발되고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자 수력발전에 관한 한 최적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노르웨이는 외국으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도입해 대규모 수력발전소를 설립해 나갑니다. (현재에도 노르웨이는 생산되는 모든 전기의 99%를 수력발전에서 얻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과학자인 Kristian Bikeland (현재 노르웨이 200크로네 지폐에서 볼 수 있는 인물입니다.)가 1903년에 대기 중의 질소를 고정화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됩니다. 이때 개발된 방법은 막대한 전기를 필요로 하는 공정으로 많은 수력발전소에서 풍부한 전기를 얻을 수 있는 노르웨이로서는 매우 적합한 산업이었고, 이는 1905년에 Norsk Hydro라는 회사의 설립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알루미늄 제련도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는 공정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연구소는 Porsgrunn의 Herøya Industrial Park에 있습니다. Herøya Industrial Park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산업단지 중의 하나로 한국의 울산이나 여수쯤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 단지에서 현재 90여 개 회사 2500여 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는데, Yara는 이 산업 단지에서 가장 많은 공장과 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Herøya Industrial Park 전경입니다. 오래전에는 농토로 쓰이던 섬이었는데 Norsk Hydro가 산업단지로 개발하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보이는 높은 건물이 NPK 비료를 생산하는 prilling tower입니다. 한동안 이 타워가 노르웨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하네요.
사실 저는 비료, 회사의 공장이나 제품에 대해 잘 모릅니다. 제가 하는 일은 이와 별 관계가 없는 환경 촉매 개발 및 반응기 디자인입니다.

피오르 반대편에서 바라본 Herøya Industrial Park입니다. 중간 약간 왼쪽에 어둡게 나온 건물이 제가 있는 연구소인데 너무 작게 보이네요.

Yara는 노르웨이 Porsgrunn, 네덜란드 Sluiskil, 독일 hanninghof에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Porsgrunn에는 약 80여 명의 연구원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80여 명의 국적을 살펴보면 대략 15개 정도가 되어 연구소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지식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이런 다양한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향상 시키고 팀 빌딩을 위해 위 사진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서의 생활은 매우 단조롭습니다. 노르웨이에서는 한국 식자재 구매가 매우 어렵고, 저 같은 경우는 한국 사람도 거의 없는 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노르웨이 사람들도 거의 가족들과 함께 자연을 벗 삼아 시간을 보냅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가족들이나 회사 동료들과 낚시를 하기도 하구요.


동네 바닷가를 산책하기도 하구요.


등산도 다닙니다.



이 곳은 Stavanger에 가까이 있는 Preikestolen 입니다. 위 사진에 절벽 끝에 손을 벌리고 있는 사람이 필자입니다. 노르웨이에 유명한 3대 절벽이 있는데 600m의 수직 절벽으로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Preikestolen은 연간 20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여러 유럽 국가들이 그러하듯이 노르웨이에서는 아이들과 관련된 일이 최고의 우선 순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할로윈 파티도 챙겨야 하구요.


아이들의 오케스트라 공연도 챙겨야 합니다.


매년 5월 17일은 노르웨이 제헌절로 국경일입니다. 노르웨이어로는 간단히 5월 17일을 의미하는 syttende mai로 불리는데 이날은 지역 사람들이 모여 기념행사를 합니다. 이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가 취주악대와 함께하는 퍼레이드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별로 벌이는 퍼레이드입니다. 부모들은 퍼레이드를 지켜보며 사진도 찍어주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가끔은 유럽의 나른 나라로 여행을 가거나 노르웨이 내의 이곳저곳을 여행하기도 합니다.

이곳은 오슬로에 있는 유명한 스키점프대 Holmenkollen입니다.


이 사진은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 및 전시물을 보고 난 후 그 앞에서 부두를 찍은 것입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주위 광경이 노벨 평화 센터가 위치할 만 하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사진은 베르겐에 있는 산악케이블 철도인 Fløibanen을 타고 올라간 Fløyen 산 위에서 찍은 베르겐 전경입니다. 베르겐은 멕시코 만류의 영향으로 위도보다 날씨가 비교적 따듯한 편이며, 겨울에도 영상의 기온을 유지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연간 300일 이상 비가 온다고 알려질 정도로 비가 많이 오는 곳입니다. 실제로도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는 날은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제가 여행을 갔을 때도 조금이나마 매일 비가 오더군요.


이 건물은 한자동맹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14-16세기에 지어진 Bryggen 목조 건물 입니다. 이 목조건물들과 거리를 둘러보면 중세시대에 베르겐을 중심으로 무역이 얼마나 번창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관광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피오르 관광입니다. '피오르'는 빙식곡이 침수하여 생긴 좁고 깊은 후미를 말합니다. 수많은 피오르 중 가장 유명한 곳이 송네피오르 (Sognefjorden)인데 길이는 204km,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1308m나 됩니다. 송네피오르 관광은 보통 Bergen과 Flåm 지역을 둘러보고 기차나 유람선을 타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송네피오르 관광을 위해 Flåm의 작은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게 됩니다.


유람선을 타고 양옆에 펼쳐진 피오르 절벽의 풍경을 여유롭게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릅니다. 절벽의 높이는 평균 1,000m가 넘고 절벽이나 산 정상부근에는 한여름에도 아직 남아 있는 눈을 볼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살인적인 물가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또 겨울은 눈이 많이 오고 몹시 춥습니다. 더구나, 낮이 몇 시간 채 되지 않는 겨울은 6개월이나 계속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노르웨이의 여름은 선선하고 기분 좋은 날씨를 선사하며 밤이 몇 시간밖에 되지 않아 (그나마 아주 깜깜해지지도 않습니다.) 여행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하며 오슬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치안 상황이 매우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직항 비행기도 없는 너무 먼 노르웨이지만, 어느 여름 천혜의 자연환경과 피오르를 보러 노르웨이에 방문하시는 것은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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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곳이네요.

이왕재(angje) 2014-03-04

우와~ 정말 멋진곳이군요. 글 정말 잘 봤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옆방 르네상스 공돌이 필자 전창훈입니다. 사진과 글 잘 읽었습니다. 언제 한 번 가려고 합니다.^^

정순오(snowj) 2014-03-04

여느 한국 여행자들처럼 2007년 스웨덴 유학때 스톡홀름에서 밤기차를 타고 오슬로에 도착해 다시 뮈르달-플롬-송네피요르드-구드방겐-베르겐을 산악열차를 타고 가 본 기억이 새로우네요. 물가가 비싸기로는 으뜸이 코펜하겐같고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그 다음인 것 같습니다. 베를린에 가서 몇박하면서는 북유럽에 비해 거의 공짜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 만큼 인력 품이 대단하고 평등하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곳에서 풍성한 연구 수확 거두시길 기원드립니다.

이원재(wlee70) 2014-03-04

신박사님, 잘 지내시죠? 런던에서 뵌게 엊그제 같은데..건강하시고 다음에 또 뵙죠.

2011년 6월에 트론하임, 오슬로, 베르겐 같은 주요도시와 송네 피오르드 등... 거의 열흘간을 노르웨이 일주 여행을 하였는데, 그 때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특히 베르겐 광장에 새벽 2 시가 되도 집에 안가는 자유분방한 처자들 생각이.. ^^

윤정선(jsyoon) 2014-03-10

노르웨이에 대한 소개를 너무나 멋지게 해주셨네요. 저도 꼭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여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