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이야기
2006-06-08
윤석민 : seokmi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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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플라즈마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고체, 액체, 기체에 이은 물질의 제 4 상태라던가, 플라즈마 핵융합 또는 플라즈마를 이용한 반도체 제작이라는 용어들을 어디에선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기사에서는 이러한 플라즈마에 관한 기본적인 정의, 생활에 흔히 이용되고 있는 플라즈마의 예들, 자연에 존재하는 플라즈마 현상들, 산업에 응용되고 있는 플라즈마들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2. 플라즈마의 정의
플라즈마란 용어는 그리스 언어로‘주조되어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뜻을 갖는데 19세기경에 생물학이나 의학에서 먼저 통용되던 말이었다. 생물학에서는 단원형질이나 세포질을 플라즈마라 지칭하고 의학에서는 혈장이나 림프액을 지칭한다. 물리학에서는 1928년에 Langmuir와 Tanks가 전자와 이온이 분리된 상태로 균일하게 존재하는 물질을 플라즈마라고 지칭하였다.
고체 상태의 물질에 에너지를 가하면 액체 상태를 거쳐 기체 상태가 되는데 이러한 기체 상태의 물질에 에너지를 더 가해주면 전자가 원자나 분자에서 떨어져 나와 전자와 양이온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플라즈마는 전자와 양이온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상태이지만 플라즈마 전체를 보면 전기적으로 중성상태를 유지하며 또한 플라즈마 전체가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특성이 있다. 한편 플라즈마 내에는 양이온, 음이온, 전자 및 중성입자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 생활에 흔히 이용되고 있는 플라즈마의 예
플라즈마는 직 간접적으로 우리 생활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받고 있는 햇빛이 플라즈마 상태인 태양으로부터 나온 가시광선이며 현대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가공의 많은 부분에 플라즈마가 이용되고 있다. 텔레비전에 널리 쓰이고 있는 플라즈마 표시 장치인 PDP는 플라즈마를 발생하여 그 곳에서 나오는 빛을 이용하고 있으며 PDP의 경쟁자인 LCD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플라즈마 공정이 필요하다. 형광등과 네온 사인은 플라즈마 상태로부터 방출되는 가시광선을 이용하고 있으며 우리가 입고 있는 많은 옷들이 플라즈마를 이용한 표면처리를 거쳐 제작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은 플라즈마 절단, 용접, 표면 처리를 거쳐 지어졌으며 실내에서 이용하고 있는 공기 청정기나 살균기 등도 플라즈마를 이용한 제품이 많다.
우리 생활에서 사용되는 플라즈마는 상당부분 직류 방전을 이용해서 만들어져 있다. 물론, 라디오 주파수 방전이나 마이크로 파 방전 등도 있지만 이들은 전원 공급 장치가 비싸고 발생 방식이 복잡하여 아직까지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다. 직류 방전은 양극과 음극 두 판을 만들고 이 사이에 전압을 가해주어 방전을 일으켜 플라즈마를 발생하는 방식인데, 전류-전압 관계에 따라 암방전 (어두운 방전), 글로우 방전 (밝은 방전) 아크 (arc) 방전으로 나누어진다.
암방전은 전류의 양은 낮은 대신 전극의 전압은 아주 높은 것이 특징이며 대부분의 경우 발광 현상이 미약하다. 암방전 중에서 상대적으로 전류가 높은 영역을 코로나 방전이라 부르는 데 이 영역의 플라즈마가 우리 주변 생활에 많이 이용된다. 이러한 예로는, 공기 정화기 내부의 집진 장치를 들 수 있는데, 공기가 코로나 방전 영역을 통과하면서 공기에 포함된 미세 입자들이 전하를 띄게 되고 이렇게 하전된 입자가 방전 판에 부착되어 공기를 정화하게 된다. 또한, 살균 장치의 오존 발생 장치의 경우 많은 경우가 코로나 방전을 이용, 산소를 분해하여 오존을 발생시키고 이러한 오존을 이용하여 살균을 한다. 이 외에도 산업적 재료 표면의 친수성, 접착성, 염색성 등의 향상을 위해서도 코로나 방전이 널리 이용 되며 정전기 제거 장치 등에도 이용되고 있다.
글로우 방전은 빛을 내기 때문에 조명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형광등, 네온 싸인, 제논 램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방전에서는 기체를 봉입한 유리관의 양끝에 전극이 삽입되어 있고 이들 전극간에 전압을 인가하면 방전이 일어난다. 이러한 글로우 방전의 예가 그림 1에 표시되어 있다. 아크 방전은 빛과 함께 많은 열을 내기 때문에 조명뿐 아니라 절단, 용접, 용융 등의 처리에도 이용될 수 있다.
그림 1. 글로우 방전의 예. 유리 관 양쪽 끝에 양극과 음극이 있고 이들 사이에 전압을 가해주어서 방전을 일으킨다. [1]
4. 자연에 존재하는 플라즈마 현상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플라즈마를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사실 우주의 99.9% 이상이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지구 주변에서 찾아 볼 수 있는 플라즈마 상태인 것은 번개, 오로라, 전리층, 밴앨런대 등이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기로 한다.
번개의 줄기 부분으로 빛나고 있는 것은 플라즈마 상태의 일종이다. 공기 중에는 우주선 등의 전리 작용에 의하여 원자로부터 전자가 튀어 나와 소량의 하전 입자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양과 음의 전극을 두고 강한 전압을 걸면 전자들이 양극 쪽으로 이동해 가면서 기체를 이온화시키게 되며 이때 전자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것을 전자 사태(avalanche)라고 부르는데 이 때 전자 사태가 일어난 부분이 실처럼 가느다란 형태를 띠게 된다. 이 부분은 전자와 이온들이 혼합되어 있는 플라즈마 상태이며 이를 스트리머(streamer)라고 부른다. 이러한 스트리머 현상이 자연에서 일어나는 것을 번개라고 부른다.
그림 2. 전형적인 오로라의 예. [2]
오로라는 태양 표면의 폭발로 우주 공간으로부터 날아온 전기를 띤 입자가 지구 자기 변화에 의해 극지방 부분의 고도 100~150 km 상공에서 대기 중 기체 분자와 충돌해서 생기는 방전 현상이다. 지구는 자기를 지니고 있고 이 자기력의 방향은 지축 방향으로부터 약간 기울어져 있다. 이러한 자북극, 자남극을 근원으로 한 위도를 자기 위도라고 부르는데 오로라가 자주 출현하는 곳은 자기 위도 70도 전후의 좁은 띠 모양의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으로는 시베리아 북부 연안, 알래스카 중부, 캐나다 중 북부와 허드슨 만, 래브라도 반도, 아이슬란드 남방,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부 등이 있다.
지구 상공은 10 km 정도까지 존재하는 대류권, 10~50 km 정도에 존재하는 성층권, 50~500 km에 존재하는 전리 층, 500~1000 km 정도의 외기권으로 나눌 수 있다. 전리 층에서는 기체가 이온과 전자로 나누어져 전리되어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한다. 플라즈마는 전파를 반사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전리층은 전파를 반사하고 이러한 성질은 통신에 이용된다. 통신용 전파의 주파수는 전리층의 전자 밀도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러한 이유로 전리층의 전자 밀도는 많이 측정되고 있다.
5. 산업에 응용되고 있는 플라즈마
앞의 3장에서는 생활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 플라즈마에 대해서 설명하였는데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는 없지만 여러 산업에 중요하게 응용되고 있는 플라즈마의 응용분야는 아주 많다. 이러한 것을 아래에서 간략히 소개한다.
5.1. 플라즈마 핵 융합
그림 3. 토카막 핵 융합 장치의 예. 플라즈마는 토러스 형태의 용기에 감금되어 있고 토러스 주위에 자장을 발생시키기 위한 전자석 코일이 장착되어 있다. [3]
2 가지 이상의 원자핵이 충돌로 핵 반응을 일으켜 충돌 전보다 원자 번호가 큰 원소가 생성되는 현상을 원자 핵 융합이라 하는데, 원자 핵 융합에서는 원자 핵 분열에서와 마찬가지로 큰 에너지가 방출된다. 원자 핵 분열은 현재 원자력 발전소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에너지 생성 방식이며, 원자 핵 융합은 원자 핵 분열보다 더욱 효율 좋고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되고 있지는 못한 방식이다. 핵 융합은 태양과 별의 에너지 원으로서, 같은 양의 원자 수를 비교하였을 때 석탄 등의 화석 연료가 방출하는 에너지의 약 100만 배에 해당하는 높은 에너?? 핵 융합을 에너지 원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학술 연구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G7 과제 중 한 가지로 핵 융합 연구에 본격 참여하고 있는 데, K-Star라는 과제 명으로 지구 위의 태양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 융합을 위해서는 높은 에너지를 갖는 플라즈마를 감금하여 계속적으로 핵 융합 반응이 일어나게 해 주어야 하는데 이러한 플라즈마의 감금을 위해서는 토카막이라는 장치가 널리 쓰이고 있다. 토카막 장치의 한 예는 그림 3에 표시되어 있는데 토러스 형태의 용기에 플라즈마가 감금된다. 전자나 이온 같은 하전 입자는 자기장을 따라서는 쉽게 움직이지만 자기장의 수직한 방향으로는 움직이기 어려운데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토카막에서는 토러스를 따라서 자기장이 형성되어 있어 플라즈마의 감금을 도와준다.
5.2. 플라즈마를 이용한 반도체 제작
그림 4. 플라즈마를 이용한 반도체 공정장치의 예. 이 장치는 유도 결합 플라즈마를 이용한 박막 제조 장치인데 반응 용기 위 부분에 플라즈마 발생을 위한 코일이 장착되어 있고 반응 용기 안 아래 부분에 위치한 실리콘 기판에 박막이 제조된다. [4]
플라즈마가 많은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위에서 설명한 핵 융합에 관련된 연구 때문인데 최근 에는 플라즈마를 반도체 제작에 응용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플라즈마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요즘에는 핵 융합 관련 플라즈마 연구보다 반도체 관련 플라즈마 연구가 오히려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제작은 실리콘 기판 위에 물질을 증착, 식각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완성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기체나 액체 재료를 기판 위에서 반응시킴으로써 이루어지게 된다. 그런데, 플라즈마는 기체나 액체 상태보다 훨씬 활발한 반응을 갖는 재료를 기판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물질로는 불가능했던 여러 가지 공정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기판 위에서 박막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기판을 높은 온도로 가열하여 기판 위에서 반응을 유도하여야 하였는데 플라즈마를 이용하면 재료 물질이 플라즈마로 인해 분해되고 높은 에너지를 갖는 상태로 기판에 도달하므로 일반적인 방법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박막의 제조가 가능하다. 한편, 플라즈마 내부는 반용 용기나 기판에 비해 항상 높은 전기 에너지를 가지므로 플라즈마 내부에 존재하는 이온은 기판에 도달할 때 이러한 전기장에 의해서 가속되게 된다. 이러한 결과, 이온이 기판에 도달할 때는 기판에 수직한 방향으로 기판에 도달 하게 되며 이러한 것을 이용하면 기판 위에 존재하는 물질을 기판에 수직하게 식각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들은 기존의 기체나 액체 공정으로는 얻을 수 없는 특성들로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공정으로 현재 널리 쓰이고 있다. 그림 4에서는 이러한 반도체 공정 장비에 쓰이는 플라즈마의 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5.3. 플라즈마를 이용한 쓰레기 처리
쓰레기 처리는 대부분 매립이나 소각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매립은 매립장의 부족과 지하수 및 토양 오염 등의 문제가 심각하며 이의 대체 방안으로 이용되고 있는 소각은 쓰레기 소각 시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의 공해물질 배출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공해 물질을 배출 시키지 않고 쓰레기를 소각시키기 위한 많은 방법이 연구되고 있는데 그 중 한가지 방법이 플라즈마 토치를 이용한 소각 방법이다. 플라즈마를 이용하여 쓰레기를 열 분해하게 되면 배출되는 공해물질이 기존 소각로의 1/7정도에 불과하고 전체적인 쓰레기 소각장 규모를 획기적으로 소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5.4. 플라즈마를 이용한 추진 장치 (plasma propulsion)
그림 5. 추진장치로 쓰이기 위해 연구되고 있는 플라즈마의 예 [5]
플라즈마 추진기는 우주선 등의 추진 장치로 1950년대 후반부터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플라즈마를 이용한 추진기는 분사 속도가 크고 연료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는데 2001년에 유럽 공동 연구 단체가 달 탐사용 우주선의 추진체로 이용한 적이 있으며 최근 들어 상용화를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림 5에서는 추진 장치로 이용하기 위해 연구되고 있는 플라즈마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5.5. 의료 분야에 응용되고 있는 플라즈마
최근 플라즈마 기술을 바탕으로 한 치아 미백이나 충치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는데 이는 조직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플라즈마는 불규칙한 표면의 살균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치아의 동공에 발생한 충치를 통증과 치아의 손상을 최소화 시키면서 치료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응용한 기술들이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에 있는 응용 물리센터 등을 비롯한 여러 연구기관들에서 연구되고 있다.
플라즈마를 이용한 살균은 여러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데 의료분야에서도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유명 제약 회사 또는 의료용 장비 회사들에서 이를 개발하여 시판하고 있는데 주로 저압 진공 장비 형태로 산소 가스 또는 과산화수소 등을 방전시켜 플라즈마를 생성하고 이를 이용해 살균을 한다.
플라즈마를 이용하여 지혈을 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는데 이 방법에서는 대기압에서 아르곤 플라즈마를 발생하고 이를 손상된 조직 등에 노출시켜 출혈을 억제하는데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레이저를 이용한 방법과 비슷하지만 레이저를 이용한 방법보다 조직을 파괴하는 깊이가 얇다는 장점이 있다.
6. 맺음말
플라즈마는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 현상으로 흔히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 우리 생활에 점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러한 플라즈마의 정의, 성질 및 응용 분야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하였다. 플라즈마는 최근 점점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코센의 KOSEN Report에도 플라즈마 핵 융합 이라던지 플라즈마를 이용한 반도체 제조 또는 플라즈마를 이용한 나노 물질 제조 등의 분석 글이 많이 소개되어있다. 플라즈마에 대해 좀더 자세한 이해를 원하는 독자들은 이러한 글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