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내 소포체 스트레스 (Endoplasmic reticulum)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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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을 조직하는 단위 중 가장 작은 군집체는 ‘세포-cell’이다. ‘세포’라는 공간은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거의 모든 요소들이 이루고 있는 하나의 작은 ‘우주’이자, 각각의 신체 기관들이 그 기능을 수행하는 일종의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세포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바로 아래 단위에 해당하는 ‘단백질 - protein’을 지속적으로 생산한다. 인간의 신체에서 생성되는 대략 4만 여 개의 단백질들은 세포가 처한 각각의 상황에 따라 새로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수명이 다하면 분해되는 수명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단백질은 흔히 ‘Central dogma’라고 알려진 DNA=> RNA=> 단백질의 정보전달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은 처음에는 아미노산 (amino acid)이 여러 개 엮여 있는 ‘아미노산 중합체 (amino acid polymer)’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세포가 단백질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어떤 현상을 일으키려면 단백질이 이와 같은 원시 중합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 상태의 아미노산 체인은 가령 부품을 얼기설기 엮어 하나의 동체로 이어둔 자동차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엔진과 시동을 조절하는 선이 연결되어 있지 않고 제동장치가 장착되어 있지 않은 자동차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단백질 역시 마찬가지다.
완성된 자동차가 제대로 움직이려면 그에 필요한 요소들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듯이 단백질도 바르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일명 ‘품질보증-quality control’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단백질을 위한 품질보증 과정이라 하면 가령 ‘3차 구조로의 접힘-folding’, ‘단백질 표면의 당화-glycosylation’, 그리고 ‘적절한 위치로의 수송-transport’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세포 내에서 이와 같은 단백질의 ‘quality control’이 일어나는 기관이 바로 ‘소포체 (Endoplasmic reticulum)’이다. 소포체는 단백질의 접힘과 당화, 그리고 수송에 알맞도록 조직화되어 있다. 소포체는 단백질의 접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화학결합인 disulfide bond가 일어나는 데 적합한 산성화된 환경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접힘을 돕는 단백질인 샤페론 단백질(chaperone protein)과 샤페론의 보조요소인 칼슘 이온이 매우 풍부하게 분포되어 있다. 또한 stacking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한 가지 단계를 거친 단백질이 그 다음 단계로 수송되기에 적합한 구조이다. Messenger RNA에 내재된 유전정보가 리보솜 복합체의 도움을 받아 아미노산 체인으로 만들어지면 이들은 기본적으로 소포체로 수송되고, 위에 열거된 소포체 내의 요소들의 도움을 받아 3차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단백질로 재생산 된다. 만일 이 같은 품질 보증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아미노산 체인들은 소포체 이후의 단계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세포 내의 유비퀴틴-단백질 분해 시스템 (ubiquitin proteasome system)에 의해 분해되고 만다.
본래 ‘소포체 스트레스’라는 개념은 세포에 인위적으로 주어진 인공적인 요소에 의해 단백질의 접힘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세포가 결국 자가사멸(apoptosis)의 형태로 죽는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용어이다. 이 같은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소포체 내에서 일명 ‘품질보증 시스템’이 적당히 작용하지 못함으로써 일어나는 잘못된 세포의 신호전달 시스템이 있다는 것과, 이러한 ‘잘못된 품질 보증 과정’으로 인해 야기되거나 악화되는 질병들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끌게 되었다.
모든 생명과학 분야의 기초연구들은 생명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기본적인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질병과 생명현상을 연결시키는 고리는 바로 “내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생명 현상이 만일 잘못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질문이 “‘이 현상을 어떻게 조절하면 질병을 치료하는 데 응용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생명과학이라 불리는 분야는 이 몇 가지 질문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소포체 스트레스 역시 소포체의 기능을 완전하게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몇몇 선구적인 과학자들에 의해 그 기초가 쌓아졌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소포체 스트레스’라는 용어가 정의하는 생명현상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은 어느 영역까지를 포괄하는 것일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최근 들어서야 어렴풋이 제시되었으며, 아직 그 정리가 진행 중이다.
간단히 정의하자면 ‘소포체 스트레스’란 소포체 내의 quality control 단계인 접힘과 당화를 저해하는 모든 환경, 그리고 이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세포 수준의 반응을 통칭하는 말이다. 다만 평균적인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는 세포에서는 일상적으로 접힘에 문제가 발생하며, 이러한 접힘상의 문제가 세포 자체의 두 가지 능력 (단백질의 접힘을 강화시키는 능력, 접힘에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된 단백질을 분해해서 청소하는 능력)을 통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소포체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환경이 되면 세포는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고 이 두 가지 능력(문제가 있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능력, 단백질의 접힘을 강하게 일으키는 능력)을 강화시킴과 동시에, 세포 내에서 합성되는 단백질의 양을 줄임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 같은 일련의 세포 반응을 일컬어 ‘Unfolded Protein Response’라고 한다.

따라서 실제 세포에서 이러한 소포체 스트레스가 일어나는 상황들은 대개 세포 주변의 환경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세포의 산화/환원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소포체는 더 이상 disulfide bond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단백질 체인에서 아미노산 간의 인력작용을 유도하는 이 결합이 만들어지지 못하면 아미노산 체인이 소포체를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오거나 혹은 과도한 glucose의 결핍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단백질의 당화에 문제가 생긴다. 비만으로 인해 세포 주변에 지질과 지질부산물들이 과도하게 형성되는 경우에도 세포 내에서 아미노산 체인의 품질관리 단계에 문제가 발생하며, 세포가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경우에는 바이러스가 숙주를 이용하여 만들어내는 단백질과 숙주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양이 일상적인 수준을 뛰어넘기 때문에 단백질의 양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세포에 주어지는 특이적 상황들에서 쉽게 소포체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생리적 현상은 다양한 질병들의 기전과 관련된다. 이를 소포체 관련 질병(ER stress related disease)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러한 소포체 관련 질병을 어떻게 구획하여 성격을 규명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대략 이를 세 가지로 구분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경우들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말 그대로 소포체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들이다. 세포 내에 단백질이나 단백질체들의 과도한 축적으로 인해 분해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워지면서 그 자체가 세포에 독성을 보이는 경우로, 신경퇴행성 질환들의 일부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특히 2008년도에 발표된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의 발병기전은 Derlin1이라는 소포체 단백질의 기능이 저해되어 소포체 스트레스가 일어나면서 신경세포의 사멸이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어서 해당 분야의 과학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둘째, 또 다른 종류의 소포체 관련 질병으로 ‘소포체 스트레스로 인해서 악화되는 질병’이 있다. 예를 들어 제2형 당뇨병은 이미 병리적 진행이 일어나는 상태에서 소포체 스트레스로 인해 인슐린의 신호전달이 저해되며, 결과적으로 세포가 인슐린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셋째, 아직까지 그 이유나 연결고리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질병의 병리적 상황에서 unfolded protein response가 일어나 있거나, 이 UPR의 일부 단백질들이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질병들이 있다. 이러한 질병들은 아직까지 그 성격이 규명되지는 않았으며 앞으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면서 단백질들의 엉김 현상이 일어나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들에서 소포체 스트레스가 자주 발견된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환자의 조직샘플에서 PERK(PKR Like ER Kianse)와 그 하부 기질인 eIF2a(eukaryotic translation initiation factor 2 alpha) 경로가 대개 활성화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eIF2a를 불활성화시킴으로써 세포 내의 단백질 합성을 전체적으로 차단하여 소포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려는 현상을 설명하는 메커니즘에 해당한다.
또 다른 대표적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 병의 경우는 E3 ligase 단백질인 Parkin이 소포체스트레스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Parkin은 소포체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세포사멸을 억제할 수 있고, 소포체 스트레스 자체가 Parkin의 발현을 늘려준다. 위에서 언급된 PERK의 활성이 사라진 세포는 파킨슨 병의 진행에 좀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의 한 부분이 돌연변이로 과대 증폭되면서 나타나는 glutamine 의 중합체들은 헌팅턴병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Poly glutamine track은 서로 엉김을 일으키면서 세포의 분해능력으로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단백질엉김체 (protein aggregation)를 형성한다.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소포체 스트레스가 발생하게 되고, 신경세포의 사멸이 일어난다.
뇌와 심장에 일어나는 저산소증 (Ischemia) 증세는 세포의 산화 환원 조절기능을 붕괴시키면서 접힘이 실시되지 않은 단백질을 증가시켜 소포체 스트레스를 유도하게 된다. 이 저산소증 이후의 재산소 공급 (reperfusion) 상황은 갑자기 질산화물 (nitric oxide)의 양을 증가시키고, 이들은 세포에서 활성산소나 s-nitrosylation의 균형을 붕괴시켜 다시금 세포내의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이에 따라 소포체 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되고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세포사멸을 일으킴으로써 질병을 악화시킨다.
그 외의 심장질환인 심장비대증(cardiac myocyte hypertrophy)이나 동맥경화 (atherosclerosis)의 경우는 UPR 단백질들이 많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연구결과가 없는 상황이다.
당뇨는 제 1형과 2형이 모두 소포체 스트레스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이에 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췌장의 베타 세포(beta cell)는 인슐린을 분비하기 위해 특별히 발달된 구조의 소포체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소포체 기능의 이상은 특히 인슐린의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제1형 당뇨의 경우는 베타 세포 사멸의 상당 부분이 소포체 스트레스의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특히 UPR의 세포보호 기능이 붕괴되는 경우에는 베타세포의 사멸이 극심하게 일어나 1형 당뇨병의 진행을 심각하게 진행시킨다. 2형 당뇨의 경우는 최근에야 그 기전이 알려졌는데, 소포체 스트레스로 인해 활성화되는 스트레스 효소들(stress kinases)이 인슐린에 의해 시작되는 세포신호 전달을 붕괴시킴으로써 세포들로 하여금 인슐린에 대해 둔감하게 하여 정상적인 glucose uptake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시작된 당뇨병은 더욱 악화되게 된다.
소포체 스트레스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질병 중 하나가 암이다. 그러나 암의 경우는 위에 언급된 질병과 달리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것’이 질병치료의 목적이 된다. 따라서 UPR에 관련된 단백질들 중 세포사멸을 억제하는 단백질들 (예; PERK, GRP78, ATF-4,-6, XBP-1등)의 기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특이적으로 세포사멸 억제성 소포체 스트레스를 억제하면서 소포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물질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단백질 분해과정을 억제할 수 있는 Proteasome inhibitor들이 암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게 되었다. 특히 Velcade라고 알려진 proteasome inhibitor인 vortezomib 은 multiple myeloma 세포를 치료하는 데 탁월한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최근에는 후천성 면역결핍증의 치료제로 사용되는 Viral protease 억제제들이 암 치료에 사용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들의 기전은 vortezomib과 유사할 것으로 생각된다.
단순히 소포체 스트레스라는 말로 단일화되어 있지만, 실제로 소포체 스트레스를 질병치료에 응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보다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우선 발병기전이 급성인가 만성인가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데, 이는 세포에서 일어나는 소포체 스트레스가 일시적인가 혹은 오래 지속되는가에 따라 UPR의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포의 UPR은 본래 살기 위해 일어나는 동작이지만, 오래 지속되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죽기 위한 기전으로 전환된다. 또한 퇴행성 질환인지, 대사성 질환인지, 혹은 암인지에 따라 접근 방법 역시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각각의 질환에 따라 소포체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여러 경로들 중 어느 경로가 중요한가 하는 점은 아직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즉, 어느 경로를 어떤 방식으로 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 경로가 없어도 세포의 기능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지, 혹은 부작용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인지 등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또한 아직까지 소포체 스트레스와의 명확한 관련이 규명되지 않는 질병들도 상당수 남아있음을 감안할 때, 소포체 스트레스를 이용한 질병 치료는 매우 희망적인 접근법이기는 하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 또한 많은 먼 여행길이 될 듯 하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자들을 소개하도록 한다. 우선 University of Michigan의 Randal Kaufman 박사, 뉴욕대학의 David Ron 박사 그룹은 소포체 스트레스의 기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기초연구를 수행 중이다. 또 하버드의 Junying Yuan 박사는 소포체 스트레스를 제어하는 물질에 대한 연구를, 하버드의 Hotamisigil 박사는 소포체 스트레스를 이용한 당뇨병 치료에 대한 연구를, Burnham Institute의 John reed 박사는 소포체로 인한 세포사멸 메커니즘과 이를 조절하는 화학물질의 발굴에 대한 연구를, 일본의 Hidenori Ichijo 박사는 소포체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의 발병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전북대학교의 채한정 박사님과 원광대학교의 김형룡 박사님 부부가 관련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참고 문헌>
1. Cell death and endoplasmic reticulum stress: disease relevance and therapeutic opportunities. Kim I, Xu W, Reed JC. Nat Rev Drug Discov. 2008 Dec;7(12):1013-30.
2. Endoplasmic reticulum stress: cell life and death decisions. Xu C, Bailly-Maitre B, Reed JC. J Clin Invest. 2005 Oct;115(10):2656-64.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