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이달의 주자:김유현)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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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언가 과제나 숙제로 읽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표지 디자인에 꽂혀서 읽을 수도 있고, 현재 제일 잘 나가는 책이라 읽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이번에 소개할 [파우스트]를 읽게 된 이유는 상술한 이유와는 조금 다른데 필자가 한창 빠져 있던 프란츠 리스트와 관계가 있다. 현재 부르겐란트 주의 라이딩이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태어난 헝가리 계통의 그는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그런 리스트가 바이마르의 궁정 음악가로서 일할 때가 있었는데 바이마르 공국의 일약 스타였던 괴테의 파우스트를 주제로 여러 곡들을 만들게 된다. 그 중 한 개가 메피스토 왈츠 1번으로써 소설에 나오는 악마를 동기로 한 곡이다. 곡의 역동적인 표현 방식과 광란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리듬에 필자는 꽤나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느낌에 꽂혀 [파우스트]를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을 줄줄이 설명하는 것만큼 진부하고 지루한 글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대신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설명해보겠는데 필자가 생각하는 수많은 등장인물 중 설명할 가치를 지니는 이는 셋이다. 하나는 주인공인 파우스트이고, 또 하나는 그레트헨이며, 나머진 메피스토펠레스다. 파우스트는 자연을 탐구하는 자로서 지식을 통해 초인이 되고자 하였지만 과학적 도구로는 그러지 못함을 깨닫고 좌절한다. 이에 악마 메피스토가 등장하여 인생의 참됨을 알려주겠으니 ‘최고의 순간’이 지난 후엔 자신의 노예가 되라 계약을 들이민다. 그레트헨은 그런 파우스트가 사랑하게 되는 여인으로 단순히 사랑의 대상이 아닌 사랑을 나누는 존재이다. 마지막으로 이 극 전체를 꾸미고 흐르게 하는 것이 메피스토펠레스로 어떻게 파우스트를 만족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져가도록 행동하는 것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파우스트]는 다른 리뷰들에 비하면 케케묵은 고전이랄 수도 있다. 그런 고전 작품을 통해 대학원생이 뭘 얻고 갈 수 있었냐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인생의 지향점이라고 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소설 속의 주인공 파우스트처럼 모든 것에 환멸하고 잠시라도 삶에 있어 목표나 의미를 잃었다면 이 소설을 권한다. 모든 것에 싫증이 난 파우스트가 악마와 계약을 하고, 인생 지고의 행복을 느껴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는 그 순간에 과연 무얼 하고 있었고, 왜 거기서 행복을 느꼈는지를 찾다 보면 얻을 수 있는 결론이 있을 것이다.
[파우스트]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소설의 던지는 메시지 이외에도 플롯이나 캐릭터는 당시 소설이 나왔을 당시에 이게 왜 히트를 쳤는지 알게 해준다. 파우스트 외에도 그레트헨이나 기타 캐릭터들이 가지는 의미와 그에 대한 얘기도 재미있지만 어디까지나 짧은 리뷰 글이기에 파우스트 얘기를 조금만 더 하고 맺도록 하겠다. 주인공 파우스트는 학자다. 수많은 학문을 깨우치고 배웠음에도 한계에 봉착한 그는 자연을 더 이해하지 못하고 절망 속에 악마와 계약한다. 우여곡절 끝에 포기 없이 노력하는 의지를 보인 모습은 결국 구원에 이끌게 한다. 이는 이 소설을 꿰뚫는 주제라 할 수 있다. 좌절하는 이들이여, “인간은 노력하는 동안엔 방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기하진 않았으면 한다.
제가 바통을 넘겨줄 이는 허준영입니다. 학부에서 한의학을 공부하고 현재 공보의로 일하고 있는 친구인데, 기초과학을 공부하는 제 입장에서 실제 환자를 만나는 의사와 얘기를 나누면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평소에도 동양 의학과 서양 의학의 관점 차이에 대해 생각이 많은 이 친구가 어떤 책을 읽고 소개할 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