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 (Foundation) 아이작 아시모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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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강수 님으로부터 릴레이 북을 이어받은 김은정입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에서 전산분야 연구원으로 일한지가 벌써 12년이 되어 갑니다. 알고리즘 설계, 복잡도 분석, 그래프 및 조합적 대상들의 성질 분석과 응용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이론 전산 분야에서는 조합적인 대상들로 이루어져 있고 적절한 질서, 즉 수학적 규칙이 부여되어 있는 세계를 연구합니다. 이런 수학적 세계는 마치 실재하는 현실 같아서, 저 같은 연구자들은 그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용한 응용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물론 만들어진 수학적 세계가 우리 인간이 발 딛고 있는 현실과 깊은 연관이 있고 현실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실마리를 갖고 있도록 설계하면 더욱 바람직하겠지요. 소설 중에서는 SF 등의 장르문학을 좋아하는데, 어떤 질서를 가진 세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탐구하며 이를 통해 인간과 인간 사회의 조건을 되돌아보는 등이 제가 하는 연구와 무척 닮았습니다.
제가 선택한 책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입니다. 이 작품은 에드워드 기븐 (Edward Gibbon)의 로마제국 흥망사로부터 영감을 받아 집필했다고 알려져 있고 SF (과학소설)의 고전 중 하나입니다. 파운데이션 시리즈나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낯설더라도 로봇 3원칙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혹은 윌 스미스가 주연을 맡은 “I, Robot”이라는 영화는 어떤가요. 영화 “I, Robot”의 원작이 바로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I, Robot 시리즈입니다. I, Robot 시리즈는 90년대 초반에 “로봇”이라는 제목으로 현대정보문화사에서 6권짜리 시리즈로 출간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절판되었습니다.
I, Robot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와 비교적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인류는 서서히 쇠망해가는 지구로부터 영역을 넓혀 수십여개의 행성에 자리를 잡았고 일반 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활발하게 개발, 생산되며 사회의 주요한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파운데이션은 이로부터 약 2만여 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파운데이션의 세계에서는 인류가 이미 알려진 우주 곳곳에 퍼져 있고 은하 제국의 통치 하에 번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인간이 ‘지구’라 불리는 하나의 행성에서 기원했고 ‘로봇’이라는 인간과 비슷한 기계 장치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어리석은 전설 혹은 터부로 치부됩니다. 은하 제국의 힘이 절정에 달한 듯이 보이는 시점에 해리 셀던이라는 수학자가 심리역사학이라는 이론을 제시하며 등장합니다. 하나의 계가 충분히 복잡하고 규모가 있다면, 또 그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있다면 계의 경로를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을 은하 제국에 적용한 결과 제국이 쇠퇴하고 우주에 퍼져있는 인류의 문명에 약 3만년 간 암흑기가 찾아오게 됨을 알게 됩니다. 이후 셀던을 주축으로 인류의 지식과 경험을 보존할 뿐 아니라 문명의 암흑기를 최대한 단축하기 위한 일종의 ‘노아의 방주’로서 기능하는 신세계 “파운데이션”이 설립됩니다. 이 파운데이션(들!)의 이후 수백여년에 걸친 여정이 소설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테마입니다.
SF의 정의는 여전히도 합의되지 않은 영역입니다. 우스갯 소리로 SF작가가 쓴 소설을 SF라고 부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SF를 Science Fiction의 약어로 보는 것이 가장 흔하지만 Speculative Fiction, 즉 사변 소설의 약어로 보는 관점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보는 SF는, 현재를 사는 인간들이 처한 물리적 시간적 공간적 제도 역사 신체적 등등의 제약들을 해체하고 재설정한 세계에 대한 사고 실험을 풀어낸 장르입니다. 2만년의 시간 동안, 또 지구로부터 시작해 알려진 우주 전체로 인류가 퍼져나가는 동안,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인류의 공식적 기록으로부터 사라지는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다루는 I, Robot + 파운데이션 시리즈. 이 시리즈들은 제가 바라보는 이러한 SF의 정의에 충실하면서 그 매력을 멋지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제 대학원 석사 동기이자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던 친구 김동근 님을 다음 주자로 추천합니다. 대학원 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주는 다독왕에 몇 번이나 선정되기도 한 엄청난 독서가이기도 한 친구가 요새는 어떤 책을 읽으며 어떤 고민을 할지 궁금하네요.
역시~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이라 그러신지 글도 참 잘쓰십니다.
파운데이션의 노아의 방주같은 거군요.
수만년 미래의 내용을 다루다니 스케일이 남다른 SF네요.
시원한 곳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읽는 여유를 조만간 부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