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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HOTO ESSAY

    미국 MIT EECS 박사 과정 생활

    신새벽 (dawn0111)

    안녕하세요! 저는 MIT EECS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신새벽 입니다. 유학생의 공통적인 삶의 모습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분들의 글에서 다루어졌으므로, 저는 MIT 학생으로써의 저의 삶에 대해 공유하려고 합니다. 먼저 짧은 학교 소개와, 사진으로 보는 MIT 캠퍼스 투어를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MIT KGSA 에서 진행하는 social event를 소개하면서 MIT에 다니는 한국인 학생들이 쉴 때는 무엇을 하는지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이하 MIT)는 매사추세츠 주에 세워진 공대입니다. 매 년 미국 내 학교들을 종합적으로 평가 하여 순위를 매기는 U.S. News ranking 에서 공대 분야 종합 1위로 꼽히는 학교입니다. 또한 세부 전공별 순위에서도 많은 분야에서 1위를 하고 있는, 명실 상부 세계 최고의 Engineering school 입니다. 출처: https://www.usnews.com/best-graduate-schools/top-engineering-schools/eng-rankings MIT의 유명한 명성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유명한 졸업생이 많이 있습니다. AMD CEO 리사 수, Qualcomm 설립자 어윈 제이콥스 같은 유명한 기업인부터,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영화 토이스토리의 등장인물 버즈 라이트이어 이름의 모티브가 된 Buzz Aldrin 까지, MIT의 졸업생들은 그 명성 답게 전세계에서 다방면으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창작물에서도 ‘천재성’을 가진 캐릭터의 모교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MCU의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의 네드가 MIT 출신입니다. 또한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서 카지노를 상대로 도박에서 이긴다는 영화 21의 주인공들도 MIT 학생들입니다. 이 외에도 매년 훌륭한 졸업생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자랑스러운 졸업생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이언맨과 동문이라니! 출처: 구글 이미지 MIT는 Cambridge 시에 위치해 있습니다. 하지만 찰스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Boston 과 매우 가까워서 편의상 Boston에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출처: 구글맵 [좌] MIT sign 앞에서 기념촬영 / [우] MIT Stata center. 출처: 구글 MIT 에 캠퍼스 투어를 온다면, 저는 세 곳 정도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1) The Stata Center : MIT 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인 Stata center는 반듯한 네모 형태의 건물이 아니라 마치 장난감 같이 울퉁불퉁한 외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EECS(전자공학과 및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이 수업을 듣거나, CS 전공 학생들의 연구실로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이한 외관답게, 건물 내부도 복잡하게 되어 있어 길을 잃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 이 건물에 갔을 때, 강의실을 찾지 못해 헤맸던 기억이 나네요. Stata center 바깥에는 MIT sign이 있습니다. 여기서 MIT 방문 인증 사진을 찍으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좌]Great dome 앞에서 / [우]Dome 내부의 열람실 2) The Great dome : 글에 MIT를 검색하면 나오는 상징과도 같은 건물입니다. 졸업생들과 관광객들이 꼭 기념 사진을 남기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MIT Hack event 때 가장 많은 수난(?)을 당하는 건물입니다. 저 돔 내부는 재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열람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Hayden Library. 출처: MIT library 3) Hayden Library : MIT 캠퍼스 바로 앞에는 Charles river 라는 이름의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곳 Hayden library에서는 통유리창을 통해 강변에서 공부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부가 힘들 때에도 이 곳에서 창밖을 보면 기분 전환이 됩니다. 또한, 도서관 내부에 커피와 간단한 빵을 파는 곳이 있어서, 카페 공부 감성을 내기도 좋습니다. MIT 주변에는 공부할 만한 카페가 없는데, Hayden 도서관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Boston 지역에는 많은 한국인 유학생이 거주 중 입니다. 따라서 한국인 커뮤니티도 매우 활성화 되어 있는데요, MIT KGSA (MIT 한인 대학원 학생회) 에서 매년 재미있는 행사들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행사는 신입생 환영회와, MIT x Harvard Gala가 있습니다. 신입생 환영회는 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 열립니다.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재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참석자에 제한을 두지 않아, MIT 재학생 뿐만 아니라 보스턴에서 생활하는 모든 한인 분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저 또한 보스턴 생활에 적응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준 좋은 친구들과 신입생 환영회를 통해 만날 수 있었습니다. MIT 신입생 환영회. 출처: MIT KGSA MIT x Harvard Gala 는 MIT 와 하버드 한인 학생회가 함께 손을 잡고 개최하는 사교 행사 입니다. 이 날 만큼은 다들 연구에서 해방되어 후디와 운동복이 아닌, 멋있는 차림으로 참석합니다. 보통 남자분들은 정장, 여자분들은 원피스를 입고 와 와인을 마시면서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집니다.MIT Gala는 Charles river가 보이고, 밤에는 야경으로 분위기를 더 좋게 합니다.:) 한인학생을 위한 formal한 event가 흔치 않은 만큼, NYU, Columbia, Brown 등 동부의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도 보스턴에 와서 참석합니다.또한 KGSA 산하에 여러 한인 학생 동아리가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MIT KGSA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구경해보세요~MIT KGSA: https://www.mitkgsa.com/ MIT Gala 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내 cafeteria 에서 사먹거나 간단하게 요리를 해먹습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맛집에 가기도 합니다. Boston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저는 Lobster roll을 추천할 것 같습니다. 근처의 몇 가지 음식점을 추천드리겠습니다. 1) Luke's Lobster : 제가 먹어본 보스턴 내의 lobster roll 중에 가장 맛있었던 곳입니다. 가격 대비 크기는 작지만, 랍스터가 적당히 고소하고 짭짤해서 빵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었어요. Clam chowder 도 같이 먹으면 더욱 맛있습니다. lobster roll. 출처: Luke’s lobster 2) Neptune oyster : 보스턴은 굴 또한 유명한데요, 한국의 굴 보다는 작고 더 바다맛이 나서 저는 매우 좋아합니다. 한국과 비교할 때 가격이 많이 비싸긴 한데, 이 가게는 특히 신선한 굴을 파는 것으로 유명해서 한번쯤 가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있어서 항상 웨이팅 줄이 길게 서있습니다. 1시간정도 줄 서서 들어간 Neptune oyster 3) Mike’s pastry: 이탈리안 디저트인 cannoli로 아주 유명한 빵집입니다. 약간 딱딱한 빵 내부에 달콤한 크림이 가득 차 있어서 아메리카노랑 먹으면 잘 어울리는 디저트 입니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드려요. 먹고 나면 의외로 배불러서 한 번에 한 개 이상 먹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대표 메뉴 Cannoli. 출처: Mike’s pastry Boston-Cambridge area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살기 좋은 곳입니다. 물론 여행으로 들르기에는 더욱 좋고요. 특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시점인 9월 초는 아름다운 Charles river 를 보면서 산책하기만 해도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 시기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여행 제한이 많이 완화된 지금, 제 글을 통해 이 곳을 방문하고 싶은 (또는 MIT에 입학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코센에서 개최한 슬기로운 유학생활에서 [MIT에 합격하기까지]라는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MIT에 관심있는 분들은 코센 유튜브에서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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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BOOK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Entangled Life)

멀린 셸드레이크 저

안녕하세요, 한보경 선생님의 소개로 귀중한 지면을 이어받은 김지은입니다. 저는 경희대학교에서 영미문학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젠더/페미니즘, 생태, 문화비평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페미니스트 철학자 루스 이리가레와 식물 철학자 마이클 마더의 《식물의 사유》(2020) 그리고 호주 생태철학자 발 플럼우드의 《악어의 눈》(출간 예정)을 번역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인류세 시대에 지구가 보내는 생태위기 시그널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기 위해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이를 위해 어떤 인식론적·존재론적 전환이 필요한지 상상하고 실험하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이런 점에서 아래 소개드리는 책은 제가 꿈꾸는 ‘인식적 지도 그리기’의 일환입니다. 1. 단절된 세계를 연결하기: WWW에서 WWW로 지난 3년간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단절의 파괴적 힘을 강렬하게 경험했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과도 직접 얼굴을 맞대고 소통할 수 없는 비극적 상황에 직면했던 것이지요. 이처럼 대면이 불가한 상황을 극복하고 비대면 교류라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인터넷 네트워크망(WWW: Wolrd Wide Web)을 활용한 메타버스가 추진력을 얻으며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코로나가 경고한 생태위기는 우리 인간에게 기술발전 그 이상을 요구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지금껏 망각해온 또 다른 WWW 즉, 우드와이드웹(Wood Wide Web)의 중요성과 가치입니다. 우드와이드웹은 식물이 땅속에 자리 잡고 주변 생명(체)과 상호적 협동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균근(菌根) 곰팡이 네트워크로, 지구 식물의 90퍼센트 이상이 이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기술 중심의 WWW가 아닌 곰팡이 중심의 WWW, 바로 이것이 제가 오늘 소개드릴 멀린 셸드레이크(Merlin Sheldrake)의 저서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가 기술하는 지구 생태계의 비밀이자 경이로움입니다. 2. 우드와이드웹의 공유 시스템 생태위기의 논의에서 통상적으로 주가 되는 것은 식물과 동물입니다. 그러나 영국의 젊은 생물학자인 멀린 셸드레이크는 식물과 동물에 가려 지금껏 잘 부각되지 않았으나 생명의 시작이자 허브인 곰팡이에 주목합니다. 실제로 식물이 땅으로부터 질소 등의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먼저 곰팡이에 의존해야 하고, 이후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낸 에너지원을 곰팡이에게 제공함으로써 곰팡이의 은혜에 보답합니다. 이처럼 식물과 곰팡이의 관계는 서로 필요한 것을 내어주는 호혜적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식물과 곰팡이는 결코 일대일로 혹은 배타적으로 교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무수히 많은 종류의 곰팡이가 한 식물에 거주할 수도 있고, 반대로 여러 식물이 하나의 곰팡이에 의존할 수도 있고, 다수의 식물이 다수의 곰팡이 네트워크와 동시에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셸드레이크는 다양한 식물과 곰팡이가 참여하여 만들어내는 우드와이드웹의 핵심은 단연 공유와 연결이며, 그 속에 생명과 진화의 비밀 그리고 생태위기 탈출의 열쇠가 숨어있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잎이 없는 식물인 수정란풀(Monotropa uniflora)은 광합성을 할 수 없는 식물이기에 단독으로 생존할 수 없지만, 균근 곰팡이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식물이 생성한 탄소를 얻고 땅 속의 무기영양소를 받아 생명을 이어나감으로써 다른 식물과 함께 숲을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셸드레이크는 광합성 능력을 상실한 수정란풀이 자연에서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곰팡이를 통로이자 매개로 삼아 식물 사이에 물질이 공유된 덕분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때 곰팡이는 “식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중재할 수 있는 엉킨 그물망의 브로커”(274)인 셈입니다. 누군가는 곰팡이를 한 식물의 잉여 탄소를 다른 식물에게 마음대로 퍼주는 도둑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정란풀처럼 다른 존재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아야만 하는 개체인 균타가영양체(mycoheterotroph)가 식물종의 무려 약 10퍼센트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해봅시다.만약 이러한 공유와 연결이 없다면 균타가영양체는 생존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전체 식물종은 빈곤해질 것이고 그로인해 숲은 지금에 비해 한없이 단조로워질 것입니다. 또한 균타가영양체의 일부 종은 어느 특정 시기에만 다른 식물에게 나눔을 요청하고 그 이후에는 적극적인 공여자가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드와이드웹의 공유 시스템이란 실로 생태계의 미래세대를 위한 장기적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식물과 곰팡이의 교류는 분명 ‘가장 강한 종만이 살아남는다’는 진화론적 사고에서 이탈한 공생의 사례입니다. 이처럼 지금 당장의 독점과 지배보다는 상호협력과 공유를 통해 지속 가능한 공존방안을 모색하는 우드와이드웹의 지혜는 무한경쟁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소비하려는 인간에게 많은 것을 성찰하게 합니다. 3. 내부공생설과 수평적 유전자 교환 우드와이드웹에 담긴 공생과 공진화(co-evolution)의 결실은 비단 식물과 곰팡이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는 진화생물인 인간의 진화에도 필수적입니다. 1967년 미국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는 단세포 유기체가 삼킨 박테리아가 그 유기체에 완전히 흡수되어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잔존하여 공생하면서 진핵생물로 진화한다는 내용의 내부공생설(endosymbiosis)을 제시했습니다. 초기 이 가설은 학계에서 수차례 기각되었지만 1970년대에 이르러 이를 증명하는 사례들이 다수 발견되면서 생물학계의 정설로 수용되었습니다. 내부공생설이 중요한 이유는 수직적 계통과 분화를 강조한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진화론에 가려져 있던 생명의 근원적 비밀 즉, 한 박테리아는 다른 박테리아로부터 떨어져있는 독립된 생물학적 섬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때문입니다. 내부공생설에 따르면 박테리아의 게놈은 닫힌계를 이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계통이 다른 박테리아를 수평적으로 획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패턴과 가능성을 지닌 생명존재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수평적 유전자 교환은 진화의 갈래가 수직적으로만 분화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합쳐지고 융합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내부공생설이 함의하는 수평적 유전자 교환이 왜 중요한 것일까요? 셸드레이크는 지의류를 통해 수평적 유전자 교환의 경이로움을 설명합니다. 지구 표면적의 8퍼센트를 뒤덮고 있는 지의류는 곰팡이 균류와 조류(혹은 광합성 박테리아)로 이뤄진 다세포 유기체로 공생과 공진화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곰팡이는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대신 척박한 환경에서 잘 적응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조류(혹은 광합성 박테리아)는 광합성 능력은 있지만 극한 환경에서의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비광합성 유기체인 곰팡이와 광합성 유기체인 조류가 만나 지의류로 결합하면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상호 충족시킴으로써 사막과 남극과 같은 여러 극한 환경에서도 굳건하게 살아남는 다중극한생물이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지의류는 우주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갑자기! 분류학적으로 거리가 먼 유기체들이 함께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혼성 생명체”(150)로 탄생한 지의류는 공생과 공진화의 산증인으로, 그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증명합니다. 홀로 존재할 때보다 함께할 때 더 강한 생명력을 갖는 것입니다. 4. 생명, 얽히고설킨 관계 지의류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유기체는 아무리 작을지라도 결코 홀로 탄생하고 존재하고 진화하고 성장할 수 없습니다. 설령 가능하다할지라도 그 기간은 찰나에 불과합니다. 선호 여부를 떠나서 모든 유기체는 언제나 늘 이질적인 다른 존재와 함께 존재하고 바로 그 이질성이 놀랍도록 창의적인 DNA 패턴을 만들어냅니다. 우드와이드웹, 내부공생설과 수평적 유전자 교환, 지의류의 사례는 일방향의 지배와 점령이 아닌 양방향의 교류와 공유 속에 꽃피는 공생과 공진화의 얽힌 관계가 이미 생명에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어쩌면 이 점이 셸드레이크가 책의 원제를 ‘얽힌 생명’이라는 뜻의 ‘Entangled Life’로 삼은 이유가 아닐까요? 곰팡이를 통해 낯선 존재와의 얽힌 관계를 사유하는 셸드레이크의 《작은 것이 만든 거대한 세계》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읽혀, 오늘날의 생태위기를 초래한 인간(종)중심주의에 날카로운 균열을 가하길 기대하며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제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심보은 선생님을 다음 필진으로 초대합니다. 학부에서는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공공정책학을 전공한 심보은 선생님은 환경문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의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양방향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제가 바라본 심보은 선생님은 자신의 문제의식을 학문의 틀 안에서만 검증하고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작고 크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진중하게 고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의식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나이오트의 일원으로서 연구산악대를 공동운영하고 있습니다. 앎과 삶의 일치, 그리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적 연구생태계를 꿈꾸는 심보은 선생님을 다음 릴레이북 필진으로 추천하며 그 여정에 여러분을 함께 초대합니다. 자세히 보기

지난 달 칼럼으로 세계대학 랭킹에 대한 글을 개제하였다. 그런데 우연히 필자가 쓴 코센 칼럼을 검색하다가 2009년에 쓴 비슷한 내용을 발견하였다. 내용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유사 주제의 글을 쓴 바 있노라고 언급하지 않았으니 “일부 자기 표절”을 한 셈이다. 일전에 관련 책을 출판한지라 아마도 이미 비슷한 칼럼을 썼으리라는 생각으로 찾아보다가 발견한 것이다. 표절을 지적당한 사람들이 구구한 변명으로 늘어놓던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는 말이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당황스러웠다. 고해성사를 목적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고, 자기 표절의 원인을 좀 분석해보려고 한다. 어린 시절 이후에 굳어진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그리고 관심사는 나이가 들고난 후에도 좀처럼 바뀌질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된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을 때, “야! 정말 하나도 안변했네!”라는 덕담을 할 때가 있는데, 만약 외모가 아니라 생각까지 포함하는 말이라면 칭찬이  아닐 수 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더 좋은 쪽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고정되어 있거나 안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주변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실이다.  나는 요즈음 이 문제에 있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내가 오래 근무해서 이미 상당한 무형의  기득권과 조직 내의 인맥을 가졌던 곳을 떠나 늦은 나이에 새로운 곳에서 일하게 되니, 할 수 없이 낮은데로부터 임하고 있다. 거기에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조직내 사람간의 관계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러하니 “너희들이 나에게 맞추어야지!” 라고 주니어들에게 은근히 고집을 피우기에는 피아식별도 안되고 기득권도 전무하여, 내가 그들에게 맞추는 방식으로 환골탈퇴하고 있다. 정말 어렵고 짜증나는 일이지만, 이제는 조금씩 빛이 보이고 있다. “경험 많은 내가 맞고 너희들은 하수일뿐이다!”라는 마음으로 새 직장 일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영어가 짧아서 지시하기보다는 더 많이 들어야 하고, 관례를 몰라서 한 번 더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약간 어리버리했지만 신선했던 젊은 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본의 아니게 꼰대스럽지 않은 척 연기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이지만, 연기도 습관처럼 몸에 익으면 진짜처럼 굳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이 하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영어로는 어떤 단어로 라임을 맞추어야 적합할 지 아직 못찾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익숙해진 것들”이라는 생각이다. 익숙하게 알던 것들도 세월과 더불어 디테일이 뭉게진 두루뭉실한 지식으로만 남아있는 무척 초라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마치 노력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젊은 시절에 만든 낡은 노트 한 권으로 평생 우려먹는 일이, 내 자신의 일상속에도 항상 녹아 있다는 이야기다.  익숙해진 것들과 이별하려면 물리적 이별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회사를 옮기는 것이 최선이지만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남은 선택은  하나다. 업무에 유용하지만 미루다가 배우지 못하여 늘 주니어들에게 부탁해오던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Simulation을 주로 했는데 모델을 CAD Designer들에게 받아서 일해왔다. 이제는 직접 CAD Model을 만들어서 Simulation을 수행해보려고 연습 중이다. 열심히 배우고 있지만, 늘 입으로만 쉽게 요청하던 것들을 직접 하려니 정말 진도가 더디고 어렵다. 갑자기 눈 앞에서 컴퓨터 속 모델이 사라지기도 하고, 시작할 때 좌표를 좀 잘 잡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중간 넘게 일을 마친 다음에야 깨닫게 되고는 뒤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일도 생긴다. 유튜브에서는 클릭 몇 개로 금방 모델이 만들어지는데, 모두 ‘타짜’의 눈속임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손은 눈보다 빠르다!”는 영화속 대사를 반복하며 ‘타짜’가 될 때까지 멈추지 말아야지…   내가 지향하는 시니어로서의 롤모델은, 군인으로 비유한다면 높은 지휘관이더라도, 저격수에 준하는 사격술을 가지는 것, 일등병에 준하는 포복실력을 가지는 것, 그리고 가끔 그 실력을 증명해 보이는 시니어다. 사실 이런 모델은 은퇴를 위해서 유용하다. 과학기술자들이 은퇴후 고문이나 자문으로 재취업하더라도 스스로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지 못하고 주니어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액셀이나 파워포인트에 익숙하지 않아 늘 주위를 귀찮게 하는 것이다. 주니어들이 정성껏 도와주지 않아 본인은 권력에서 밀려난 서러움을 느끼지만, 주니어들은 자문의 존재가 귀찮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발표하는 날에만 나타나서 멋진 작품을 선보이고 홀연히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선배가 되고 싶다.     아 참, 최근에는 굳어져가는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간단한 아이디어도 생각해냈다. 이제 앞의 이야기는 다 잊어도 좋고 이 마지막 부분만은 실천해보길 권한다. 주변에 자기와 정치적 성향도,  나이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주 들락거리는 유튜브 체널을 물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모은 열 가지 정도의 체널을 정리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체널과 섞어가며 보는 것이다. 우리는 드넓은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려는 목적으로 유튜브에 들어오지만, Siren 같은 알고리즘에 이끌려 파선된 배처럼 점점 더 깊은 해협으로만 가라앉고 있다. 그래서 내 스타일 아닌 사람들, 그리고 딱히 말 걸릴 없었던 동료들에게 자판기 커피 한 잔씩 사주고 애용하는 유튜브 체널을 물어보자. 나를 넓혀줄 또 다른 세상이 거기에 있을지 모른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Sickkids hospital] Neurobiology Laboratory

캐나다의 큰 도시 중에 하나인 토론토에 위치한 The hospital for sick children (Sickkids)는 다운타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토론토는 캐나다의 3대도시 (벤쿠버, 토론토, 오타와) 중에 속하며, 온타리오 주의 수도 이기도 합니다. 많은 인프라가 구축이 되어있으며, Sickkids를 중심으로 Toronto General Hospital, Mt. Sinai Hospital, St. Michael Hospital 들이 인접해 있고, University of Toronto 와 근접하여, 연구실의 지도교수들 대부분이 University of Toronto 에 같이 소속이 되어있습니다. SickKids 는 병원 본관과 연구센터 건물인 Peter Gilgan Centre for Research and Learning(PGCRL)로 나뉩니다. 대부분의 연구실들이 PGCRL에 자리잡고 있으며, 저희 연구실 역시 함께 위치해 있습니다. 지리적 요건으로 공동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특이하게 PI 부부가 두 개의 연구실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Dr. Sheena Josselyn과 Dr. Paul Frankland 가 저희 PI 입니다. 두 분은 현재 북미에서 Learning & Memory 분야에서 많은 연구 업적을 성취하셨고, 현재, 심층연구를 통해, 더 많은 의문점들을 해결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기억이라는 주제는 신경과학에서 오래 전부터 화두가 되어왔으며,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접근을 해왔습니다. 기억의 종류와 서로 다른 뇌 부위 간의 관련성 연구를 통해, 기억의 습득과 회상에 어떤 처리과정이 있는지 밝혀내는 연구들을 해왔으며, 기억의 흔적 또는 기억 세포라 불라는 Engram 에 대해 최근 몇년간 집중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이 있는 PGCRL건물은 Neuroscience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학 분야에서 연구하는 연구실들이 모여 있으며, 질병모델, 휴먼모델을 적용하는 연구실도 있습니다. 또한, 자체 동물 실험 시설이 건물에 있으며, 마우스, 랫, 토끼, 돼지 등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동물 실험 시설에서는 동물 수술에 대한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원하는 실험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동물 실험 시설 외에도 다양한 분석기기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전문 테크니션을 통해 교육을 받은 후 사용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저희 연구실은 연구하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 큰 불편함이 없다고 봅니다. The hospital for sick children 과 PGCRL (연구센터)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것은 누구일까? 특정 뇌 부위 전체일까? 아니면, 일부 특정 신경세포일까? 등의 질문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최근 10여년 전부터 Engram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어왔습니다. Engram은 기억세포 또는 기억의 흔적이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Engram을 연구하는 연구실이 많아 지면서, 다양한 시각에서 Engram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뇌 부위 간의 네트워크형성과 변형, 특정 뇌 부위 안에서 신경세포 그룹 간의 활성, Engram 세포의 시냅스 변화 등에 초점을 맞춰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저희 랩은 Engram 세포의 활성에 집중을 하고 있으며, Learning and memory 과정에서 Engram 세포의 활성이 중요하며, 기억의 발현에도 중요한 것을 이전 연구들에서 보고하였습니다. 저희 랩은 크게 3가지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첫번째는 Memory allocation 과 Tagging Engram입니다. 학습이 일어날 때, 관여하는 신경세포들을 표지(Tagging engram) 하거나, 학습 전에 무작위로 선택된 신경세포들이(Memory allocation) 상대적으로 활성을 높게 갖는 경우 Engram이 될 수 있다는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Optogenetics와 Chemogenetics를 이용하여, 신경세포의 활성을 임의로 조절하여, 기억발현의 효과를 관찰하고 있으며, Memory allocation 기법을 이용하여, 이미 형성된 기억에 새로운 학습을 통해 Engram을 심어주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두번째는 최근 기억과 장기 기억에 대한 연구입니다. 학습을 통해 형성된 Engram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과정을 겪게 되는지, 그리고, 다른 뇌 부위와의 연관성이 형성되는 지를 보고 있습니다. 장기기억은 특히나, 질병모델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유전자 변형 쥐 모델을 사용하여, 기억 발현의 문제에 Engram의 역할을 보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Neurogenesis와 Forgetting입니다. 뇌 부위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끊임없이 형성되는 곳 중에 하나인 Hippocampus의 Dentate gyrus(DG)를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DG에서 새로 형성되는 신경세포들이 기존의 세포들과 어떻게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학습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기억 형성과 발현에 어떻게 관여하는 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망각이라고 불리는 Forgetting은 기억 연구에서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Forgetting이 Neurogenesis와 관련있는 것으로 보이는 실험 결과보고 하였고, 그 기전에 대하여 연구가 진행중입니다. 연구 분야 저희 연구실은 여러 나라 출신의 학생들과 포닥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중국, 인도,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한국, 일본 등 다국적 연구실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각자의 다양한 연구지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분자생물학적 실험법에 경험이 많은 동료들과 동물생리 또는 동물 심리에 경험이 있는 동료들 간에 빈번한 실험 논의를 통해, 각자의 프로젝트들을 개선하고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일년에 한번씩 셀카사진을 찍어서 기록을 남기는 연구실 전통이 있어서, 서로 재미있는 표정 또는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서 기록을 남깁니다. 이런 사진들은 각자의 외부 발표 등에서 연구실 구성원소개 사진으로 사용되며, 매년 재미있는 추억을 만듭니다. 또한 연말에는 다같이 모여 한해를 마무리하는 파티도 하며, 여름엔 PI 집으로 초대를 받아 다같이 바베큐 파티도 합니다. 연구실에서의 연구도 중요하지만, 연구실 구성원 간의 단합과 결속력도 함께 지속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 처음 합류하게 되면, 연구실에서 주로 공통적으로 하는 기본적인 적인 실험을 배우고, 익숙해지도록 연습을 하도록 합니다. 신임 대학원생의 경우, 경험 많은 포닥을 배정 받아 연구를 배우고, 앞으로 진행할 연구에 대한 설계 또는 조언 등을 받게 됩니다. 신임 포닥의 경우, 시니어 포닥과 함께, 기초연구를 배우고, 프로젝트 설계를 시작하게 됩니다. 어느 정도 실험 아이디어가 설정되면, PI와 함께 구체화 시키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캐나다 토론토 다운타운에 위치한 저희 연구센터는 비행기로 올 경우, 토론토 피어슨 국제 공항에서 다운타운으로 가는 급행 열차를 타고 다운타운에 들어 올 수 있으며, 다운타운은 버스, 지하철, 스트릿카(지상전철) 등 대중교통이 용이합니다. 택시 또는 우버도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주소  : 686 Bay St., Toronto, ON M5G 0A4, Canada ■ 오시는 방법  :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공항 터미널 3도착 ▷ UP express train (공항 열차) 탑승 ▷ Union station 하차 (토론토 다운타운) ▷ TTC yellow Yonge line (토론토 지하철 1호선 영라인 탑승) ▷ Dundas station 하차 ▷ 도보로 이동 ▷ 686 Bay street (연구센터) ■ 이메일  : psungmo@gmail.com 자세히 보기